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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난민 기획] 탈출밖엔 길이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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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럽난민 특별기획
나도 '피난민'이 될 수 있다
난민을 바라보는 유럽의 '동상이몽'
1년에 수십만 밀입국 시키는 '점조직'형 알선


유럽 난민 사태를 전 세계에 알린 3살 난민 쿠르디의 죽음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빨간 티셔츠와 반바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차림을 한 평범한 아이가 외지의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올 한 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넘어온 난민은 벌써 38만 명이며, 망명길에 목숨을 잃은 아이들은 쿠르디 뿐이 아니다.

◇ 난민 최다 발생국 시리아, 그곳은 지금 '전쟁 중'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의 분쟁 지역에서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 중 가장 많은 인원은 시리아인들이다. 유엔(UN) 집계에 따르면 시리아 전체 인구 약 2300만 명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400만 명이 모국을 떠나 망명길에 올랐다. 시리아 내에서 집을 잃고 떠도는 이들도 760만 명에 달한다.

인구의 절반이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이유는 '전쟁' 때문이다. 시리아는 5년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의 전투 및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장으로 인한 극심한 내전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사망한 민간인만 무려 25만 명이다. 유럽행 난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도 시리아 내전이 심화되면서부터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IS가 최근 시리아의 요충지인 M5 고속도로까지 진격했다며, 난민 엑소더스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왜 가까운 나라로 피난가지 않나?

'난민 러시'에 봉착한 유럽인들 입장에서는 시리아 난민들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등 가깝고 부유한 걸프국으로 가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종교·문화적 갈등을 피하기에도 중동 국가로 가는 편이 낫다.

하지만 따가운 눈총에도 지금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행을 불사하는 이유는 인접국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레바논이나 요르단, 터키 등 인근 중진국들은 시리아 난민을 포화 상태에 이를 만큼 수용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터키에 180만, 레바논에 120만, 요르단에 62만, 이라크에 24만 가량의 시리아 난민들이 피난 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래픽=김성기 PD)

 

한편 그밖에 부유한 걸프국은 난민을 원치 않는다. 국제앰네스티의 통계에 따르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 산유국이 시리아 난민들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인 횟수는 지금까지 0건이다. 이들 국가는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일 경우 자국민을 위한 일자리가 부족해지거나 테러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민자들에 취업 비자 발급 등도 제한하고 있다.

정파적 긴장관계도 또 다른 이면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걸프국이 자신들의 반대파인 시아파 시리아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반군 측에 은밀히 군사 지원 등의 '투자'를 해왔다고 보도하고 있다.

◇ '난민'인가, '불법이민자'인가
(영상=로이터 제공)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마드 아마디(28)와 같은 난민은 자신들을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는 일부 유럽 국가의 시선에서 절망감을 느낀다.

아마디만 해도 군인인 가족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느껴 가까스로 탈레반으로부터 도망쳤다. 세간의 인식처럼 난민캠프 또는 중동 국가의 수도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었다면 결코 유럽행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식 후 1951년 체결된 유엔(UN) 난민협약에 따르면 인종, 종교, 정치적 이유 등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 고국을 떠난 경우에는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협약에 따라, 현재 전시 상황인 시리아 출신은 '난민'으로 분류된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국제 협약을 근거로 보호받아야 하며 강제추방 될 수도 없다.

반면에 '이민자'는 전쟁이나 박해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이주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따라서 각국에서 정한 이민 절차를 밟아야 합법적으로 이주할 수 있다.

지금 유럽 내에서는 시리아 난민들을 '난민(Refugees)'으로 볼지 '이민자(Migrants)'로 볼 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민자 유입을 반대하는 국가들은 난민 대신 이민자라는 표현을 고수한다. 난민으로 규정하는 순간 인도적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7일 난민들을 가리켜 "위험한 상황에 처한 난민(refugees)이 아니라 독일식 삶을 원하는 이민자(migrants)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사진=로이터 영상 캡처)

 

그러나 유엔난민기구(UNHCR)는 최근 유럽행 난민들 중 대부분이 전쟁 지역을 빠져나온 국제법상 '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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