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말해서는 안 되는 이름 '볼드모트'. 모두가 두려워하는 악당으로, 자기가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KBS에서는 '친일-이승만-박정희'가 마치 볼드모트 같다.
KBS 탐사보도팀이 수년간 걸쳐 기획 취재해, 6~7월에 방영 예정이었던 프로그램이 계속 미뤄지더니 결국 사라졌다. 해당 방송 내용은 '친일-이승만-박정희'를 다루고 있다. 내부에는 다뤄서는 안 될 것을 다뤄 방송이 사라졌다고 추측한다.
게다가 해당 방송을 만든 탐사보도팀장은 8일 인사발령을 받았다. 곧 취재기자들 역시 인사가 될 것이라는 소리가 내부에서 나온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작진과 탐사보도팀이 8일 발표한 글을 통해 살펴보자.
KBS 본관. (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KBS 탐사보도팀은 2013년부터 ‘훈장을 통해 본 대한민국 70년 역사’라는 아이템을 기획 취재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훈장을 누가, 왜 받았는지, 문제는 없는지 등을 취재한 내용이다.
정부는 그동안 서훈 명단을 개인정보라며 공개하지 않았기에, 탐사보도팀은 대법원까지 가는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통해 70여만 건의 훈포장 명단을 올해 4월 입수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훈장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제작진은 발로 뛰어 정부가 감추면서 공개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냈다.
탐사보도팀은 여러 문제 중 취재를 두 가지로 압축했다. 하나는 지난 몇 년간 법원이 "조작됐다"며 무죄를 선고한 간첩사건에서 당시 수사관들이 훈장을 받은 것. 나머지 하나는 대한민국이 친일행적자와 일제식민통치를 주도한 일본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이라는 2부작이 발제돼 방송 일자도 사실상 확정됐고, 취재도 7월경 마무리됐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그런데 이 2부작 중 <친일과 훈장="">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친일행적자와 일본인들에게 훈장이 가장 많이 수여된 것이 이승만과 박정희 정부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프로그램에는 두 정부에 대한 ‘사실 발굴’과 ‘균형 잡힌 평가’가 들어갔다.
하지만 회사는 “민감한 내용이니 내용을 보고 방송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애초 <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은 시사기획 창을 통해 6월과 7월에 한 편씩 방송하기로 예정됐다가 5월 말 메르스(MERS) 사태가 터지면서 7월 말로 밀렸다.
그러던 중 6월 말 ‘이승만 정부 망명요청설’ 보도 이후 7월 초순부터 회사 분위기가 달라지더니, '8월에는 광복 70년 특집프로그램이 줄편성된다'는 이유로 7월말 예정 일정에 다른 아이템이 방송됐다. 이후 <훈장 2부작="">은 돌연 방송 목록에서 사라졌다.
지난 6월 24일 KBS <뉴스9>이 단독보도한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리포트는 KBS뉴스 홈페이지와 포털 등에서 삭제됐다. (위 KBS 홈페이지 화면 캡처, 아래 포털 다음 화면 캡처)
제작진과 탐사보도팀원들은 그동안 탐사제작부장과 시사제작국장이 요구하는 '기획의도'와 '취재내용'을 수용해, 수차례 전달했음에도 방송이 나가지 못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7월에는 상세한 방송 내용을 알고 싶다고 해 5~6페이지 프로그램 요약을 줬고, 그래도 모르겠다고 해서 30페이지 가원고를 줬다. 그 다음에는 팀장이 데스크를 본 원고를 요구해, 편집용 원고까지 전달했다.
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