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대리운전 기사 김 모(62) 씨는 '콜'이 오면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고객과의 통화 대부분이 개인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050 안심 통화'이기 때문이다.
통화량이 많은 김 씨는 지난 5월 음성 통화가 무제한인 데이터 요금제로 바꿨지만, 요금 폭탄을 맞았다. '050 번호'는 무제한 혜택에서 제외된 것이다. (음성 무제한이라더니…택배 기사는 '요금 폭탄' 8월 13일자 CBS노컷뉴스 참고)
◇ 안심하고 쓰라더니…근로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대리 기사 "있어도 못 써"이같은 지적에 일부 통신사들은 "050 안심하고 쓰시라"며 '050 추가(안심) 300분'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는 월정액 3000원만 내면 '050통화' 300분을 무료로 할 수 있는 서비스다.
300분이라고 해도 주 5일 근무, 4주로 따지면 하루에 '고작' 15분. 조금이나마 더 아껴보려고 고객센터에 문의한 김 씨는 오히려 실망과 상처로 누더기 졌다. 대리 기사인 김 씨에게 이 서비스는 "있어 봤자" 였다.
통신사에서는 김 씨에게 대리 기사임을 증명할 수 있는 "사원증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리 기사에게는 사원증 자체가 없다. 현행법상 대리 기사는 '근로자'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니다. 김 씨는 대리 기사가 맞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여전히 '그림의 떡'은 잡을 수가 없었다.
김 씨는 "대리 고객들은 큰 길가에서 택시 잡듯이 기다리지 않고, 대부분 만취한 상태에서 자신이 있는 골목 술집으로 와달라고 한다"며 "골목골목 뒤져가며 술 취한 고객과 통화하다 보면 최소 5분, 많게는 10분씩 통화할 때가 부지기수"라며 울분을 토했다.
밤부터 동틀 때까지 부리나케 달려도 '운수 좋은 날'에만 겨우 10여만원 주머니에 구겨 넣는 형편에 수수료 떼이고 초당 1.8원씩 부과되는 050통화 요금까지 나가면 그야말로 남는 게 없다.
김 씨는 "업체에서는 사업증을 줄 수 없다고 하고 통신사에서는 이런 현실은 알지도 못하면서 사원증만 요구한다"며 "안심하고 쓰라며 생색은 다 내놓고 오히려 비참한 내 위치만 확인시켜줬다"며 고개를 떨궜다.
◇ 6개월마다 재직증명서 제출 등 신청 까다로워…"현실 파악조차 안 된 '졸속' 상품"택배 기사 박모 씨(62) 씨도 최근 050 서비스를 문의했다가 속만 뒤집혔다. 상담원이 해당 서비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컴퓨터에 서툰 내가 인터넷을 검색해 관련 기사를 읽어줬다"며 가슴을 쳤다.
30분 넘는 통화 끝에 해당 서비스를 파악한 상담원이 설명해줬다는 박 씨. 인내가 무색하게 상담원은 "6개월마다 재직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내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114 상담원이 고객보다 제대로 모르는 것도 화나지만 꼭두새벽부터 해질때까지 밖에서 일하는 기사들이 회사 들어가서 재직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떼고 부치고 할 여유가 어딨느냐. 현실을 알기는 하는지 궁금하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통신사 관계자는 "050 통화는 이통사에서 건당 36원을 내야 하는 구조"라며 "050 무료 통화가 절실한 생계형 종사자들에게 이 혜택이 돌아가려면 부정사용자들을 막아야 하는데 재직증명서 등 말고는 이를 증명하는 방법이 없다"며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