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현직 검사를 사칭해 여성에게 접근한 뒤 결혼하자고 꼬드겨 수억 원을 가로챈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특별한 직업이 없던 정모(38) 씨는 지난 2013년 4월쯤 대전시 유성구의 한 술집에서 A(42·여) 씨를 처음 만났다.
A씨는 친구를 대신해 이 술집을 관리해주고 있었다.
정씨는 A씨에게 자신을 대전지검 현직 검사라고 소개하며 호감을 샀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대학교 3학년 재학 중에 사법고시를 합격했고, 사법연수원을 1등으로 수료했다"는 말로 A씨를 속였다.
또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로 일하다 대기업 비자금 수사 중 외압에 못 이겨 대전지검으로 좌천됐다"며 검사임을 믿게 했다.
시간이 흘러 A씨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자 정씨는 결혼을 빙자해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에게 결혼자금으로 10억 원을 받으면 결혼하자"는 말을 A씨는 철석같이 믿었다.
"판사 친구와 검사 후배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 "불법 도박사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데 수사자금이 필요하다"는 등 검사를 사칭하며 돈을 뜯어내기 수십 차례.
이에 속은 A씨는 최근까지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총 85차례에 걸쳐 2억 4천700만 원을 건넸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25일 정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돈이 없고 생활비가 필요해 그랬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앞서 정씨는 또 다른 사기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상태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정씨의 여죄를 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