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황병서 북한 군총정치국장(왼쪽)이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이 '무박 4일'간의 고위급 협상 끝에 6개항에 극적 합의해 북한의 지뢰도발에 따른 긴장 고조 상황을 해소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남북고위급접촉 대표단은 25일 0시 55분 북측이 최근 DMZ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측이 북한의 DMZ 지뢰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내용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섰던 청와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북측과 협상을 마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다.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첫째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에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둘째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진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했다.
셋째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
넷째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했다.
다섯째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초에 가지기로 했다.
여섯째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남북이 이처럼 한반도 긴장 해소와 남북관계 발전방안이라는 의제를 놓고 '무박 4일'간의 협상을 벌여 합의에 이름에 따라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의 중대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원칙은 있지만 진전은 없다'는 그 동안의 평가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는데 있어 상당한 추진 탄력을 얻게 됐다.
김 실장은 남북 접촉에서 논의된 다양한 남북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 또 담당하는 부서에서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기본틀을 이번에 마련했다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설명대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기본 틀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과 경원선 복원 사업 등도 남북 당국 간에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측이 희망하는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 대북제재 조치 완화 문제도 향후 빠른 시일 내에 개최될 당국 회담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를 토대로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관진 실장은 "남북정상회담 분야는 지금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흐름이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확산된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지만 암초도 만만치 않다.
이번 남북의 합의를 놓고 우리 측이 요구한 '북한도발의 재발방지'가 보장된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지뢰도발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은 합의문에 있었지만, 재발방지 요구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우리가 고민한 것은 어떤 조건 하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킬 것이냐, 즉 재발 방지와 연계를 시켜 가지고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임으로써 여러 가지로 함축성이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는 셋째 합의 사항에 대한 김 실장의 설명 내용이다.
"비정상적 사태" ,즉 북한 도발이 다시 발생하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함축한 것으로 적극적인 재발방지책이라기보다는 우회적인 방안에 가깝다.
실제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을 빌미로 언제든지 남북대화의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력시되는 10월10일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등 이 같은 남북관계 개선 흐름에 대한 중대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