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대법원이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서 잇따라 유신시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행사권을 정당화하는 판결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긴급조치 변호단과 긴급조치 피해자 대책위, 민청학련계승사업회는 24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조치 발동은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대법원의 올 3월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민변 등은 대법원이 지난 3월 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사안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에 대해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므로 대통령의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해 민사상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려 논란을 빚었다.
민변 등은 특히 "(이러한 판결은) 헌재가 2013년 긴급조치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취지에 반하며,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내용을 판결에 적용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라며 "마땅히 그 심판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3년 3월 "대통령 긴급조치 1호와 2호, 9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한 바 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수 없지만, 민변 등은 이번 사안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예외적으로 심판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번 청구는 긴급조치 피해자로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가 지난달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받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맡았다.
아울러 민변 등은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서 드러난 대법원의 판결 기조가 최근 대법관 임명절차의 폐쇄성, 판결의 보수화, 상고법원 추진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따라서 이들은 "(이번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역할 및 지위 등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제도적 모색을 꾀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