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작은 고추가 더 맵다'는 속담이 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 가수 보아가 꼭 그랬다. 2000년 'ID:PEACE B'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열다섯 소녀는 어느덧 서른이 되어 '꿈의 무대' 위를 힘차게 누볐다.
보아는 2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 '2015 BoA Special Live-NOWNESS'를 열고 팬들과 만났다. 2013년 1월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선보이는 무대. 8월 25일자로 데뷔 15주년을 맞는 보아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콘서트다.
22~23일 양일간 열린 이번 콘서트에는 회당 3천명, 총 6천명의 관객이 함께했고, 보아는 데뷔 초부터 최근까지의 히트곡을 엮어 140여분의 공연시간을 풍성하게 채웠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들만이 오른 '꿈의 무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한류 아이콘'이라는 점이 인정돼 공연이 결정됐고, 보아는 아시아 뮤즈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세종문화회관에 오른 H.O.T를 보며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서고 싶다"고 소망하던 소녀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기도 하다. 그만큼 보아는 이번 공연을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SM 퍼포먼스 디렉터 심재원이 총 연출을 맡았고, 미디어 퍼포먼스, 레이저 등의 무대 연출에 심혈을 기울였다. 덕분에 볼거리는 풍성했고, 현장 열기는 후끈했다.
'Girl On Top'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보아는 'The Shadow', 'Eat You Up'를 연이어 선보이며 분위기를 달궜다. 생생한 라이브 밴드 연주, 수준급 댄서들은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고, '작은 거인' 보아가 내뿜는 퍼포먼스와 감미로운 보이스는 눈과 귀를 잡아끌었다.
15년차 여가수의 무대 매너는 더할나위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너스레를 떨었으나 무대 위 그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말 주변이 없다"고 해놓고는 능숙한 입담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다가도 어느새 농염한 섹시미로 보는 이를 홀렸고, 때로는 수줍은 소녀로 변신했다. 발라드 넘버를 부를 땐, 청순한 디바가 되어 있기도 했다. 한정된 공연의 아쉬움을 달래준 네 번의 스페셜 메들리 파트를 꾸밀 때가 특히 그랬다.
보아는 첫 번째 메들리 'Spark+Moto+Smash+Bad Drive+BumpBump'에서 '넘버원' 댄스가수다운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두 번째 메들리 'Valenti+My Name+Clcokwork'에서는 탱고의 여인으로 변신, 국가대표 탱고선수와 열정적인 댄스를 소화했다.
또한 세 번째 메들리 'Game+Shout It Out+Energetic+I Did It For Love+Masayume Chasing'으로 전 세계에서 활약한 아시아 대표 뮤지션의 위엄을, 심재원과 함께한 DJ 메들리를 통해서는 데뷔 초 추억의 곡들로 향수를 자극했다.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 팬들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시종일관 야광봉을 흔들며 '떼창'으로 화답한 3천여 관객의 지원사격은 현장 열기를 고조시켰다. 중간 중간 공백을 채운 브릿지 영상은 이날 공연을 더욱 뜻 깊게 만들었는데, 보아는 데뷔 초 소녀 시절 모습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한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
공연이 막바지로 향할 때쯤, 어느새 보아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팬들과 이야기를 나눈 그는 "수능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공연 날이 다가올수록 몸이 안 좋아져서 걱정이 많았는데, 어제 첫 공연에서 팬들의 응원을 받은 덕에 힘이 절로 났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엔딩곡은 그를 정상의 자리로 올려놓은 'No.1'. 이후 앙코르 곡으로 '아틸란티스 소녀', 'Green Light', 'Hello'를 부르며 끝내 눈시울을 붉힌 보아는,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축제의 순간을 아낌없이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