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쿡방에 왜 여성 셰프는 안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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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국인 푸드칼럼니스트 팀 알퍼

푸드칼럼니스트 팀 알퍼. 사진=팀 알퍼 제공

 

"한국 쿡방 예능에 왜 여성 셰프는 안 나오나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후 9년 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영국인 푸드칼럼니스트 팀 알퍼(38)가 의아해하며 건넨 질문이다.

팀 알퍼는 교통방송 PD와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기자로 일했다. 현재 EBS의 예능 '국제식당'에 출연하면서 여러 매체에 푸드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유럽 음식문화 탐방기 '바나나와 쿠스쿠스'의 저자이기도 하다.

요즘 한국 TV는 쿡방이 넘쳐난다. 쿡방이 트렌드가 되면서 각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쿡방을 만들고 있다. TV에 겹치기 출연하는 셰프테이너가 늘면서 '요리사가 있을 곳은 주방'이라는 비판도 심심찮게 나온다.

팀 알퍼는 "지난 10년간 요리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덕분에 요리전문 채널도 만들어졌지만 최근 비슷한 포맷의 쿡방,먹방이 우후죽순 생기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식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영국과 한국 쿡방의 차이점에 관해서도 말했다. "영국 쿡방은 요리 위주에요. 시청자가 방송에 나온 레시피를 직접 따라하도록 요리법을 자세히 설명하죠. 반면 한국 쿡방은 실용성 보다는 토크와 요리를 결합해 재미를 추구해요."

그러면서 "한국 쿡방 예능에는 남성 셰프만 나온다. 꼭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셰프가 아니어도 되지 않나. 여성 요리명인이나 솜씨 좋은 밥집 아줌마가 나오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웃었다.

팀 알퍼는 한국에 정착하기 전 영국에서 스포츠기자로 일했다. 당시 아시아축구 담당이었던 그는 축구 취재차 방문한 한국의 음식문화에 매료됐다.

"영국은 물가가 비싸서 식당에 자주 못 갔어요. 반면 한국은 7천원으로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까 좋았죠. 물도 사야 하는 영국 식당과 달리 한국 식당은 반찬도 많이 나오고,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주니까 행복했어요."

푸드칼럼니스트 팀 알퍼. 사진=팀 알퍼 제공

 

음식은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처음에는 식탁 가운데 찌개 하나를 놓고 같이 떠먹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함께 식사하면서 친구,동료들과 '밥정'(情)을 쌓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웃었다.

팀 알퍼는 한식 마니아다. 특히 홍어, 청국장, 추어탕 등 깊은 맛이 아는 음식을 좋아한다. "홍어는 양념맛이 강한 무침보다는 회로 먹는 게 맛있어요. 들깨나 참기름 들어가는 음식도 잘 먹어요. 비빔밥에 참기름 듬뿍 넣고 쓱싹쓱싹 비비면 일품이죠."

"8살 때 처음 바나나 케이크를 만들었다"는 그는 대학시절 한 호텔에서 파트타임으로 시작해 수셰프까지 올랐다. 셰프를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요리는 나의 로큰롤"이라고 말할 만큼 요리하는 걸 즐긴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을 초대해서 제가 요리한 음식을 같이 나눌 때 행복해요.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는 인터넷이나 잡지에 나온 레시피를 참고하지만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아요. 남들이 만들어놓은 레시피대로만 하면 재미없잖아요. 재료만 조금씩 달리해도 세상에서 하나 뿐인 나만의 요리를 만들 수 있죠."

집밥 예찬론자인 팀 알퍼는 "영국에서 '요리를 못한다'는 건 자랑이 아니"라면서 "요즘은 요리를 배울 수 있는 통로가 얼마든지 있다. 한국인 남편들이 대부분 요리에 무관심한데 주말만이라도 아내와 아이를 위해 요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집밥 레시피에 관한 책이나 한국인에게 한식을 소개하는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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