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를 개의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20일, 내년 총선 공천 때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에 대해 지역을 불문하고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29명(지역 118명, 비례 21명) 중 26명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평가 단계에서 자동 탈락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당무위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당 혁신위원회의 '공천혁신안'을 담은 당규를 상정했다.
당무위에서는 여러 이견이 나왔지만 표결까지는 거치지 않고 박수로 안건을 통과 시켰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원회는 '20% 물갈이 안'을 두고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표는 "20% 공천탈락은 매우 안타깝고 아프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크다"며 "계파의 손에서 공천권을 내려놓고 공직후보자가 흘린 땀과 눈물의 크기를 국민과 당원이 엄정하게 평가하는 시스템공천을 만들기 위해 이번 혁신안에 대한 대승적 지지를 해달라"고 말했다.
◇ "전원 외부인사 평가 믿을 수 있나" 등 호남‧비주류 반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무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인 조국교수와 우원식 의원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날 당무위에서는 호남과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평가위원 전원이 외부인사로 구성돼 있는 점과 다면평가 등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주선 의원은 당무위 중간 이동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의 운명을 외부에 맡길 정도라면 당을 해체해야 한다. 외부인사에 의존해 기생하는 것인가"라며 "선거에서 지면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지 의원을 점수화해 책임을 지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는 사망직전의 당을 회생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전날 혁신위의 공천혁신안 발표 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전남지역 의원들 만찬을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난 황주홍 의원도 "국회 사정을 잘 모를 수밖에 없는 외부위원을 평가위원의 100%로 구성해서 정확한 평가와 진단이 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고 "공직자평가위가 최종평가위가 아닌데 20%를 잘라버리겠다니 과도한 인식이 있지 않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절차상 문제도 지적됐다. 이날 당무위에 앞서 전국 시도당위원장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모은 강창일 의원은 "혁신안에 대해 의견을 나눠본 결과 너무 서두르고 있고 절차 과정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은 좀 나왔다"며 "통합을 위해 애쓰고 대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시끄러운 문제를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렇듯 당무위에서는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5본부장제 도입과 당무감사원설치, 당원소환제도입,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규정 등을 위한 당규개정안은 표결까지는 거치지 않고 박수로 통과됐다.
유성엽 의원은 당무위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세부항목에 대한 다양한 부작용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며 "평가 결과에 대한 재심 절차에 대해 보완하는 조건으로 당규개정안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 김상곤 "본인이 본인 평가 못해…재심규정은 손볼 예정"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오늘 지적된 문제들을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시행세칙과 내부규정을 만들때 반영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재심관련 규정에 대해서는 "평가위원회에 재심규정을 둘 것인지 아니면 평가위 결과가 최종적으로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에서 다뤄지는데 (여기에 재심규정을) 둘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호남 의원 등이 제기한 100% 외부평가위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평가위에) 당 내부인들이 참여할때 본인(의원 등)들을 평가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고, 우리당에 대해 당원과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에는 100% 외부평가위원이 적절하다고 설명하고 (의원들이) 이해했다"고 전했다.
이날 당무위 의결로 혁신위는 바로 '공천룰' 개혁안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조국 혁신위원이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1차로 배제되는 분이 20%이다. 몇 단계가 더 있기 때문에 20% 플러스 알파라고만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처럼 본격적인 공천룰 개정 작업에서 물갈이 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호남과 비주류 의원들은 물론 혁신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의원들의 반발 역시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무위 안건으로 올라간 5본부장제 개편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재성 총무본부장의 권한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