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해명에도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정부의 엇박자 대응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북한의 지뢰도발이라는 돌발 변수가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국내 4대 개혁과 남북관계 개선의 추진 동력을 얻으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북한의 지뢰도발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국방부와 통일부의 엇박자 대응 논란이다.
문제의 지뢰가 북한 지뢰라는 1차 현장 조사 결과가 사고 다음 날인 5일 나왔는데, 통일부가 이날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차원에서 이날 오전 경원선 남측 구간 기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 쪽에서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나오는데 다른 쪽에선 대화 재개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는 것은 결국 정부 부처 간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고, 양자를 조정할 청와대 콘트롤 타워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둘째 논란은 북한의 지뢰 도발이 터진지 4일 만인 8일, 그것도 박 대통령이 아니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가 열렸는데. 이는 너무 안이한 대응으로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이다.
11일에서야 나온 박 대통령의 첫 공식 반응이 다소 미약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의 논란이다. 박 대통령은 하몬드 영국 외교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도 지속해 나가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대북 투트랙 기조를 확인했다.
이런 논란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청와대는 12일 적극 해명에 나섰다.
첫째 통일부의 대북 제의가 북한 지뢰라는 현장 조사 결과가 나온 문제의 5일에 이뤄졌지만, 시간상으로 보면 북한 지뢰라는 조사가 나오기 전인 오전에 제의가 이뤄졌고, 둘째 NSC 상임위 개최도 결정적이고도 명확한 증거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북 제의를 할 당시 시점에 지금 아는 것을 모두 알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북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목함지뢰에 의한 폭발이라는 결과가 나온 다음에 NSC 상임위를 개최한 것으로, 8일 연 것도 나름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청와대의 해명이 나오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북한 지뢰라는 사실을 4일이 아니라 5일 알았다고 말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기억에 착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과 한 장관의 발언 번복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먼저 북한의 지뢰도발이 안보에 관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한민구 장관이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든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보고는 없었다. 지뢰사건이 터진 4일 이후 9일까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김관진 실장을 통한 서면 또는 유선 구두 보고가 4차례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대화 재개라는 명분으로 이뤄진 통일부의 대북제의가 모멘텀 상실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도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의 대북기조가 아무리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도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해 대화를 추진한다’는 투 트랙 기조라고 해도, 통일부 등이 광복절 주간을 전후한 성과 내기에 선취돼 애초부터 ‘지뢰 도발’의 잠재적 폭발성을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야당은 물론 박 대통령의 비판으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들도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파고들면서, 지뢰도발 논란은 8월 정국의 새로운 변수가 될 조짐이다.
특별사면과 광북절 경축사 메시지, 국민 사기진작 등 광복 70주년을 맞는 다양한 계기로, 국내 4대 개혁과 남북관계 개선 등 주요 국정 과제의 추진 동력을 확충하려는 박 대통령의 행보가 북한의 지뢰도발이라는 돌발 변수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