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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알고싶지 않은 것만 알려주는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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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운데),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자료사진)

 

NOCUTBIZ
"왜 정작 알려야 할 건 꼭꼭 감추고, 알고 싶지 않은 가정사·진흙탕 싸움을 생중계 하듯 알려주는 겁니까…?"

'롯데판 막장 시네마'를 보고 있는 국민들이 언론에게 따지듯 묻습니다. 저 또한 이번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 취재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저와 저의 선배, 데스크에게 물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재계 5위의 '유통 공룡'이라는 롯데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정말 롯데는 왜 이러는 걸까요?

산업부 막내로 발을 들이자마자 롯데 사태가 터졌습니다. 재계 5위의 '유통 공룡'이라는 거대한 별명까지 있는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산업부에선 그야말로 핵폭탄급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선 롯데의 생성과 현재까지의 발전 상황, 계열사, 지분 구조 등에 대해 알아야만 했습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모국에서도 사업을 일으켰으며 유통 쪽으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발전 사항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지분 구조. 공정위가 공개한 롯데의 지분도를 보면 '미세회로'를 연상케 할만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분도에서 최상위 계열사이자 한국 롯데그룹 지주사가 호텔롯데인데 여기엔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동빈 회장의 지분이 없습니다. 이 호텔롯데를 일본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있고 또 일본롯데홀딩스는 일본 비상장사인 광윤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죠. 즉, 일본의 지분구조까지 봐야 롯데의 지분구조를 알 수 있는 겁니다.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 구조를 알아보다 못해 롯데 측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롯데 측은 일본롯데홀딩스가 일본 기업인데다 비상장회사라 정확히 그 지분구조를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습니다.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롯데조차 "모른다"는 거죠. 알 만한 사람이라면 일본롯데홀딩스 측 사람들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등 그리고 측근까지 아주 일부라는 친절한 설명만이 덧붙여졌습니다.

국민들과 주주들, 그리고 기자들은 재계 5위라는 별칭이 무색하게도 롯데라는 기업의 간단한 정보마저 알 수 없는 겁니다. 거대 기업의 후진성을 마주하는 순간, 알권리를 내세울 수 조차 없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언론의 보도도 기업 구조의 '팩트' 싸움이 아닌 오너 일가의 이전투구를 생중계하는 '경마 보도' 위주가 되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궁금한 점을 알릴 순 없고, 이 사태가 벌어지는 순간을 알리지 않을 수도 없으니 선택한 차선책이지만 저도 참 암담했습니다.

이러한 알고 싶지 않은 개인사까지 알게된 데는 롯데가 사람들의 원인 제공도 있습니다. 언론을 영악하게 이용한 것이죠.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특종'에 목마른 언론사에 독점 인터뷰나 동영상을 주며 '여론전'을 펼친 겁니다.

이게 바로 국민 모두가 신격호 일가의 형제와 둘째부인 셋째부인, 이들로부터 낳은 자식들 거기다 경영 일선에서 소외된 친척까지 합세하는 사연 위주의 막장드라마를 보게 된 배경입니다.

경영권 분쟁이 이 롯데사태의 본질이라면 정확한 지분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누가 더 차세대 경영인으로서 능력이 있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롯데사태는 우습게도 아버지의 뜻은 어디에 있는가, 아버지는 정상인가, 아버지는 차남을 때렸는가 등 조선시대에서나 봤을 법한 논란이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4일 서울 잠실 제2롯데 홍보관에서 그룹 사장단과 함께 회의를 마치고 성명서를 발표하고있다. 롯데그룹 사장단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진=박종민 기자)

 

다행히 신동빈 회장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경영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가족사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는 모습입니다.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일이니 알릴 필요가 없고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롯데 계열 사장단들이 모여 "우리는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등의 충성 맹세를 한 것은(신 회장은 지시하지 않았다고 롯데 측은 설명합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가족들을 세력화해서 여론전을 편 것처럼 또다른 볼썽 사나운 세력 싸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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