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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선거제도 놓고 與野가 싸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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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개편 '청년표심'·선거제도 '의석수'와 직결

왼쪽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내년 총선을 향한 여야의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운 노동시장 개편과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한 선거제도 개편 논쟁은 내년 총선 전략과 맞닿아 있다.

여야는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잡기 위해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노동시장 개편은 청년층 표심과, 선거제도 개혁은 의석수와 직결되는 만큼 양측은 한치 양보없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 노동시장 개편은 청년층 표심잡기 전략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노동시장 개편을 화두로 잡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언뜻보면 악수(悪手)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노조 등에서 반발할 게 뻔한 의제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올 하반기 국정운영 화두로 던진 측면도 있지만, 새누리당에서도 '밑지지 않은 장사'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듯하다.

여권이 제시한 노동시장 개편 방안은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 등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표를 잃더라도' 노동개혁을 추진하겠고 했지만 속내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미국 방문 중 여러차례 노동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청년층을 공략했다.

그는 29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 특별강연에서 "청년세대의 분노와 좌절은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일자리가 민생이자 복지인 만큼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청년세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 성향이 강한 청년층에게 가장 중요한 실업 문제를 건드리면서 일정부분 여당으로 지지세를 끌어오거나 야당의 지지기반을 흔들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여당이 예상되는 노조의 반발에도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노조가입률이 10%대로 낮은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 중심의 반발은 국민 여론으로 뚫고 갈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야당은 '아버지의 정규직 일자리를 빼앗아 아들에게 비정규직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2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아들의 질 낮은 임시직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아버지의 정규직 임금을 줄이고 해고를 더 쉽도록 바꾸자는 것이 어떻게 노동개혁일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또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 일자리 고용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정부의 허구적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이명박 정부때 일자리 창출을 한다며 공기업 신입사원 임금을 깎았지만 일자리 창출에는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실패했다"며 "현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도 이명박 정부 정책의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야당 입장에선 지지층을 잡기 위해선 정부안에 대한 반대를 넘어 새로운 대안을 내놔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측과 노조는 물론 청년층과 비정규직,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 등 각계 각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대타협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최재천 정책위 의장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개편 문제는 유권자들에게 민감한 일자리와 경제문제 등과 연관이 깊어 총선 과정에서 핵심 의제가 될수밖에 없다.

◇ 선거제도 명분·실리 누가 챙길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선거제도를 놓고는 여야가 각각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는 '개혁 프레임'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여야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합동으로 외국 사례도 연구하고 장단점을 잘 분석해 한국에 맞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야당은 거리에 '국민에게 공천권을' 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강력 주장하는 것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청와대의 입김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에 대해 정치개혁이 아닌 '현역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조직 동원이 수월한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김무성 대표의 제안이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와 함께 묶어 논의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역제안했다.

야당은 지역주의 해소와 정당득표율과 의석수간 괴리 현상 완화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는 측면에서 명분도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권역별 비례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의원 증원을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고 한발 물러난 이후 여야는 지역구 증원과 비례대표 증원을 놓고 맞붙고 있다.

양쪽은 국회의원 증원은 어렵다는 현실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전체 의석 중에 지역구와 비례대표 중 어느쪽을 늘릴지에 대해선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여당은 '선거구 인구편차를 2대1로 줄이라'는 헌재 결정에 따라 지역구 증원이 불기피하다는 의견이다. 거대 정당 기득권이 줄어드는 권역별 비례제도 도입은 여전히 반대다.

반면 야당은 지역구가 줄어들더라도 비례대표를 늘려서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정당득표율에 비해 과도하게 많이 차지하는 의석수를 군소정당에게 돌려줘야한다는 명분이지만, 이를 통해 여당 독주체제를 흔들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선거제도 개혁은 내년 총선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수 있는 재료지만, 여야 의견차이가 커 기(氣) 싸움만 벌이다 유야무야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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