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터널 철조망을 넘는 난민들. 영상캡처 (로이터/노컷뉴스)
프랑스와 영국을 잇는 해저터널인 '유로터널'을 통과하려는 난민이 폭증하면서, 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호자가 없는 '어린 난민' 규모가 늘고 있는데다, 난민이 유입되는 지역은 경제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러서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켄트주 의회는 중앙정부에 아동 복지를 위한 긴급 예산 확충을 요청했다. 적자 규모는 550만 파운드에 달한다.
시리아나 이라크 등에서 유럽으로 넘어오는 18세 미만 난민은 나날이 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위탁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은 지난해 238명에서 올해 4월에만 369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석달 동안 총 605명이다.
하지만 미성년자인만큼 망명 대상국들도 인도적인 책무로부터 고개를 돌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켄트주 의회는 아동 난민 문제를 두고 아동복지협회 등과 협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위탁보호처 수요는 공급을 뛰어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난민 아동들은 영어 구사가 자유롭지 못해 위탁가정에 가도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받은 트라우마도 크다. 하루에만 1000명 이상의 난민이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부터 국경을 넘으려다가 목숨을 잃은 난민만 9명에 달한다. 어린 아이들마저 목숨을 걸고 철조망을 넘거나 열차 선로에 뛰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민단체인 컴패스 포스터링의 버니 깁슨은 "정치 이슈는 일단 뒤로 미뤄두고 이 아이들의 상황부터 먼저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켄트 지역 M20 고속도로는 이미 화물트럭들의 주차장으로 변한지 오래다. '오퍼레이션 스택(Operation Stack)' 때문이다.
오퍼레이션 스택은 1996년에 도입된 계획으로, 날씨 사정 등으로 인해 유로터널의 정상 운영이 어려울 때 단기적으로 터널까지 닿아있는 고속도로를 폐쇄하는 것을 말한다. 당국은 앞서 프랑스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 때문에 고속열차 유로스타의 운행이 어려워지자 오퍼레이션 스택을 발효했다.
그 결과 현재 도로 위에 정차 중인 화물차량은 6000대에 이른다. 당국은 이 계획을 이번 주말까지는 유지할 방침이다.
고속도로 폐쇄가 한달 넘게 지속되면서 소요되는 예산도 막대한 상황이다. 이달 첫 주에 들어간 예산만 70만 파운드(약 12억 7000만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통부 당국은 사용되지 않고 있는 비행장을 화물차들에 개방해 임시 주차처로 제공하는 등의 긴급 대안을 모색 중이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유로터널 주변에 보안을 강화한 장벽을 새로 설치하는 등 밀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31일에는 사태 해결을 위한 비상각료회의도 소집했다.
그럼에도 시리아 등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에서 해로나 육로를 통해 유럽 땅을 밟은 난민들은 마지막 종착지로 영국을 꿈꾸고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일자리를 구하기 쉽고 영어가 통하는 장점 때문에 '브리티시 드림(British Dream)'이 퍼져 있어서다.
[영상=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