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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이종현 "미국서 가드도 해보고 많이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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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이종현 (사진 제공/대학농구연맹)

 


고려대의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206cm)은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와 서머리그 출전에 도전했다가 비록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선진 농구를 직접 몸으로 접하고 돌아온 이종현에게서 예전과는 다른 여유가 느껴졌다.

외모도 달라졌다. 이종현은 요즘 턱수염을 기르고 있다. 이유를 묻자 "무게감 있게 보이려구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국내 무대에서 이종현만큼 무게감이 있는 빅맨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단언컨대 없다. 이종현이 이끄는 고려대는 30일 오후 경상북도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31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준결승전에서 명지대를 91-66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이종현은 33분동안 팀내 가장 많은 21점을 올렸다. 리바운드를 3개 밖에 잡지 못했지만 무려 7개의 블록슛을 기록하며 골밑을 단단히 지켰다.

이종현의 컨디션은 굉장히 좋아보였다. 몸도 탄탄해진 느낌이었다. 이종현은 "그동안 운동을 많이 했다. 몸무게가 많이 줄지는 않았는데 군살이 많이 빠졌다. 요즘 컨디션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성장과 발전을 목표로 두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그다.

이종현은 "많이 배웠다. 늘 안에서만 하다가 이번에 가서 밖에서 플레이 하는 방법을 배웠다. 내가 가드 역할을 맡아 2대2 공격도 해보고 가드와 1대1도 많이 했다.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장신 선수가 외곽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외도'라고 표현하는 등 한때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현대 농구는 빅맨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스텝과 같은 기술은 장단신의 구분이 나날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는 이종현의 신장에 가드처럼 움직이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국제 무대 경쟁력을 위해서는 빅맨도 외곽에서 공격과 수비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이어 이종현은 "미국 선수들과 부딪혀보니 피지컬의 차이가 가장 큰 것 같다. 워낙 좋으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외국 선수들이 나를 잘 모르니까 그런 부분을 이용해서 잘된 부분도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도전하고 싶다. 이번에는 운동을 많이 못하고 가서 아쉬웠는데 준비를 많이 해서 가나면 올해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이종현의 시선은 미국이 아닌 국내 무대를 향해 있다. 31일로 예정된 대회 결승전에서 고려대의 3연패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이종현은 "여기 날씨도 덥고 팀도 고생이 많았다. 한 경기 남았는데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종현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평균 22.3분을 뛰어 14.5점, 4.5리바운드, 2.8블록슛을 기록했다. 숫자가 압도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려대의 전력이 워낙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이종현이 할 일이 많지 않았다. 야투 성공률은 66.7%로 높았다.

결승전은 다르다. 연세대와의 경기는 대학농구를 대표하는 라이벌전. 그러나 이종현이 고려대에 입학한 뒤 무게중심은 고려대로 많이 쏠렸다. 그래서 자신감이 더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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