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변죽만 울리다 급제동 걸린 포스코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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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부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하라는 특수수사 방침에 역행

 

포스코 비리 의혹의 '키맨'으로 알려진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두 차례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기로에 섰다.

기업 수사로는 이례적으로 5개월째 이어지면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특수수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 3월 13일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면서 포스코 수사의 신호탄을 쏴올린 이래 벌써 5개월째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포스코건설 임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모두 15명의 관련자를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비리 의혹의 몸통이라고 본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까지 가지도 못하고, 정 전 회장 체제에서 2인자였던 정동화 전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에 빨간 불이 켜졌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재계는 물론 포스코 수사를 바라보는 검찰 안팎의 시선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수사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한 특수부 검사는 "효율성 면에서 상당히 동력을 잃은 것이 사실"이라며 "구속 수사에 비해 불구속 수사는 진술 확보 면에서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키맨으로 꼽힌 정 전 부회장 구속에 실패하면서 윗선의 개입 여부를 압박하며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해가는 수사기법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준양 전 회장이 이끌던 포스코 본사 차원의 비자금 조성 지시 여부나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지는 비자금 용처 등에 대한 수사는 요원해진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수사팀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뼈아픈 내부 비판도 나온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 수사에 대한 평가는 너무 이른 것 같다"면서도 "정 전 부회장처럼 수사의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됐다는 것은 수사팀이 관련 증거 확보를 잘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검찰 고위 간부도 "법원에서 두 차례나 퇴짜를 놓았다는 것은 수사팀이 제대로 의혹을 해소할 만한 근거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포스코건설 비리 뿐 아니라 포스코그룹과 연관된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 동양종합건설 등 협력업체 차원의 비자금 조성 등 수사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접근했다는 말도 있다.

또 다른 특수부 검사는 "포스코 수사는 처음부터 범위가 넓다 보니 하나하나 확인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특수부 한 부가 하기에는 역량이 모자랐던 것 같다"고 봤다.

베트남이나 인도 등 해외 현지법인을 상대로 한 수사의 어려움도 언급됐다.

한 특수부 검사는 "포스코는 특히 해외에 연관된 수사가 많았다"며 "해외 수사기관 공조도 어렵고 검찰로서는 그쪽에 관한 수사기법이 부족해 해외로 뻗어가면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포스코 수사를 수개월 넘게 저인망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정부 시절 실세로 불렸던 인물들과 친분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정준양 전 회장의 포스코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회장이 만든 포스코를 정 전 회장이 5년간 분탕질을 쳤다며 진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스코 수사에 대한 청와대 지시설도 제기된 바 있다.

결국 이처럼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내사를 정밀하게 해 수사에 착수하면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환부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하라”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방침과도 어긋나는 셈이 됐다.

반론도 없지는 않다. 일부에서는 과거에도 6개월 이상 기업수사를 한 적이 있다며 포스코에 대한 장기 수사가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한 검찰 간부는 "수사를 하다보면 예상치 않았던 혐의를 발견하는 수도 있는데 이것을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포스코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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