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스텔라. (왼쪽부터)효은, 가영, 전율, 민희
스텔라(효은, 민희, 가영, 전율)는 언젠가부터 ‘섹시 끝판왕’, ‘야한 걸그룹’ 등으로 불리며 선정성 논란으로 비난받는 팀이 됐다. ‘마리오네트’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노출이 원인이다. 하지만 스텔라가 처음부터 이 같은 콘셉트를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1년 신화 에릭이 프로듀싱을 맡은 팀으로 데뷔, 우주 소녀를 연상케하는 콘셉트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스텔라와 만나 지난 앨범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들의 ‘흑역사’에 대한 셀프 디스는 물론, 회사를 향한 돌직구까지. 이렇게 솔직한 걸그룹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뇌리에 강하게 남을 정도로 네 멤버의 입담은 거침이 없었다.
# ‘로켓걸(Rocket Girl)’ (2011년 8월)
데뷔곡 '로켓걸'
▶데뷔곡 ‘로켓걸’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전율 : 스텔라의 데뷔곡이죠. 열심히 준비했고, 신화 에릭 선배님이 프로듀싱을 맡아 주셔서 화제를 모았었어요.
가영 : 공을 많이 들인 앨범이죠. 뮤직비디오까지 다 찍어놓고 준비를 마쳤는데, 6개월 정도 데뷔가 미뤄져서 지쳐있던 기억이 나요.
▶콘셉트가 굉장히 독특했던데.
가영 : ‘나는 로켓걸이다’라고 말하는 4차원스러운 콘셉트였어요. 뭔가 차별화를 주고 싶었던 것 같은 데 실패했죠.
전율 : 로켓을 하늘 위로 쏘아 올리는 것처럼 스텔라도 높이 올라가라는 뜻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전 그때 살짝 이 우주 콘셉트에 빠져있었는데요. 스무살이 넘어 차리고나서야 아니란걸 알았죠.
가영 : 저는 처음 데모곡을 들었을 때부터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표정이 굳었는데, 회사에서 ‘넌 듣는 귀가 없다’ ‘앞으로 3년 동안 음악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뭐라고 하셨어요. 그땐 연습생이었으니 믿고 따랐죠. 하지만 몇 년이 흐르고 나서 돌아보니 그때 내 귀가 옳았구나 싶어요.
▶야심찬 데뷔곡이었는데, 성적은 어땠나.
가영 : 에릭 선배님이 프로듀싱한 팀으로 초반에 관심을 받았지만, 곡이 워낙 대중적이지 않고 난해해서 기대에 엄청나게 못 미쳤죠.
전율 : ‘1박 2일’에 국악소녀로 출연한 가영 언니 후광으로도 관심들이 많았는데 잘 안됐어요. 그래도 이땐 이제 처음 시작이라는 생각에 희망이 있었어요.
가영 : 맞아요. ‘우리도 언젠가는 1위에 오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현실을 깨닫게 됐죠.
# ‘UFO’ (2012년 2월)
'U.F.O'
▶멤버 교체가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원년멤버 조아와 이슬이 빠지고 효은과 민희가 합류했는데.
전율 : 기존 4명의 조합과 보이스 색깔 등이 잘 맞지 않았어요. 팀을 떠나신 두 분은 발라드 그룹을 했던 분들이었거든요.
가영 : (조아, 이슬과)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내요. 음악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효은과 민희의 합류 계기가 궁금하다.
효은 : 지인의 소개로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바로 합격했어요.
민희 : 한창 걸그룹 멤버를 뽑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디션을 봤어요. 솔직히 말하면 스텔라에 합류하는 오디션인 줄 몰랐어요.
효은 : 저도 스텔라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러다 데뷔곡 ‘로켓걸’을 검색해보고 충격을 좀 받았죠. 워낙 콘셉트가 특이했잖아요. 계약을 앞두고 망설이자 ‘완전히 새롭게 갈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안심하고 계약을 했죠.
민희 : 저도 그렇게 도장을 찍었는데 한 달 만에 ‘UFO’로 무대 위에 오르게 됐어요. 가녹음을 하자고 해서 했던 건데 그렇게 또 일렉트로닉 곡으로 컴백하게 될 줄은 몰랐죠.
▶곡은 일렉트로닉 장르인데, 의상은 교복 스타일이더라.
가영 : 맞아요. 음악, 의상, 춤 완전히 다 따로 놀았어요.
민희 : 곡명은 ‘UFO’인데 가사 내용은 또 전혀 상관이 없었어요. 아직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전율 : 그래도 전 열심히 했어요. 데뷔 초라 시키는 게 다 맞는 줄 알았고, 가수가 됐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으니까요.
▶성적은 어땠나.
가영 : 데뷔곡 ‘로켓걸’ 보다 더 잘 안됐어요.
전율 : 티저 영상이 속바지 노출 논란에 휩싸여서 검색어에 오르긴 했어요. 의도한 게 아니라 그냥 훅 지나가는 거였는데, 어떤 분이 그 순간을 캡처하셔서 올리셨죠.
# ‘공부하세요’ (2013년 7월)
'공부하세요' 앨범을 들고 포즈를 취한 가영
▶공백기가 꽤 길었다. 무려 1년이 넘는데.
가영 :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도 어두운 느낌이 났을 정도죠.
민희 : 이미 두 번의 실패를 맛봤기에 암울한 미래가 보였던 거죠.
가영 : 그러다 프로듀서인 스윗튠 오빠를 만났어요. 처음으로 걸그룹 다운 노래를 들려주시는데 왈칵 눈물이 나왔었죠. 그게 바로 ‘공부하세요’였어요.
전율 : 녹음 끝내고 안무까지 다 짰는데, 컴백이 4~5개월 정도 미뤄졌어요. 회사가 다른 일 때문에 조금 바빴거든요.
▶컴백이 미뤄진 후 어떻게 지냈나.
민희 : 일단 몸 관리를 하고 있으라고 하셔서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공부하세요’는 분명 상큼한 느낌의 곡인데, 어느새 배에 왕자가 생기기 시작했죠.
가영 : 닭가슴살만 먹었던 기억이 나요. 매일 체중계에 오르고 근육량을 측정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았어요.
효은 : 힘들었지만 멋진 몸매를 만들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컴백을 앞두고 나온 의상이 귀여운 콘셉트라서 당황했죠. 체지방은 완전 트레이너 수준이었는데.
▶눈물이 나올 만큼 좋은 곡이었는데, 반응은 괜찮았나.
전율 : 확실히 팬들이 많이 늘었어요. 곡이 일단 대중적이었으니까요. 다만 제목이 조금 별로였어요. ‘나에 대해 공부를 하라’는 내용이라서 ‘공부하세요’인데 싫어하시는 분이 꽤 있었죠.
민희 :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걸그룹이라 ‘사랑해요’ 같은 식상한 곡명을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튀어보자는 전략이었어요.
가영 : 그래도 이때는 희망을 조금 봤어요. 앞으로 이런 스타일로 계속하면 잘 될 것 같았죠.
민희 :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졌어요. 이게 벌써 3번째 앨범이고 데뷔 3년차였거든요. 그동안 나왔던 앨범들이 실패한 뒤였고, 행사도 잘 안 잡혔거든요. 딱 앨범 한 장 더 낼 자금밖에 남지 않았던 상황이었죠.
# ‘마리오네트’ (2014년 2월)
'마리오네트' 앨범을 들고 포즈를 취한 효은
▶연이은 실패 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전율 : 차비도 없고 밥도 하나 시켜서 나눠 먹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어요. 슬픈 일화도 있죠. 유명한 안무팀이 쓰는 연습실을 사용했는데 저희가 일찍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눈치를 줬어요. 그땐 카페에 갈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었어요.
민희 : 추운 겨울이었는데, 시간을 때우기 위해 빙판에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게임을 했어요. 5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 동안 갔죠. 유명 걸그룹이 밴을 타고 옆으로 지나가면 창피해서 숨기도 하고요.
▶그래서 파격 노출을 감행했던 건가.
민희 : 모든 걸 걸어야 했어요. 그 다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죠. ‘마리오네트’의 성공여부가 곧 팀의 존폐를 결정하는 거였어요.
전율 : 전 은퇴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임했어요. 섹시 콘셉트를 했던 선배팀들을 보고 칼을 갈았죠.
가영 : 사실 저희는 섹시한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회사에서도 과연 어울릴까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연습하니까 또 되더라고요.
▶당시 선정성 논란으로 비난을 많았다. 본인들의 생각은 어땠나.
가영 : 저희 멤버 중 3명이 발레를 배웠는데요, 처음 의상을 보고 ‘그냥 무용복 같다’고만 느꼈어요.
효은 : 맞아요. 촬영장에서 뛰어나면서 놀았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조명을 키고 나니 속살이 다 보이고 야해지더라고요.
민희 : 특히 뮤직비디오가 굉장히 야했죠. 저희도 그 정도일줄은 몰랐어요. ‘콘티에는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난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아침에 우유를 마시다 흘린다’는 내용 정도만 적혀 있었어요. 나중에 댓글을 보고 의미를 인지한 뒤에는 충격도 받았어요. 어떻게 보면 순수했죠.
▶사활을 걸었는데, 성적은 만족스러웠나.
가영 : 정말 잘됐어요. 행사 섭외도 엄청 들어오고 마이너스가 플러스로 바뀌었죠. 차도 생기고 숙소도 생겼어요. 마음껏 쓸 수 있는 연습실도 생기고.
# ‘마스크’ (2014년 8월)▶덕분에 신곡을 또 냈다. 노출을 많이 자제했더라.
민희 : 섹시함이 아닌 진심을 담으려고 했어요.
가영 : 스텔라가 ‘마리오네트’에서 섹시 콘셉트를 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가사에 담았어요. 대중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했던 선택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죠.
효은 : 그런데 아무도 진심을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저희가 컴백한 줄 모를 정도였죠. 다들 곡을 들어보면 좋다는 반응이었는데, 아예 들어주시질 않았으니까요.
민희 : 성적이 좋지 않아서 활동 기간도 짧았죠.
# ‘멍청이’ (2015년 3월)
전율(왼쪽), 민희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고, 노출도 전혀 없었던데.
전율 : ‘멍청이’는 사실 수록곡인줄 알았어요. 활동하게 될 줄은 몰랐죠.
가영 : 저희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곡인데, 회사에서는 추억의 첫사랑을 떠올리는 느낌이 난다며 밀어붙이셨어요.
효은 : 때마침 ‘토토가’가 유행을 해서…
민희 : 맞아요. 콘셉트를 아예 S.E.S. 선배님들이 입었던 통바지로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