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놀아줘요"…수 개월간 아이 혼자 놀게 한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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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상습적으로 집단 수업 배제" vs 교사 "아이 의사 존중한 것뿐"

(자료사진)

 

#1. A(4)의 엄마는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A의 울음소리에 방으로 간 엄마는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이는 양손을 벽에 대고 "나도 놀아줘요. 나도 놀아줘요"를 외치며 울고 있었다.

#2. 평소 동생을 잘 돌봐주는 B(4). 그러던 B가 어느날 동생을 혼내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깜짝 놀랐다. B는 벽 앞에 동생을 세우고는 "00야 잘못했니까 벽 앞에 서서 생각 좀 해"라고 말했다. 놀란 엄마는 B에게 유치원에서 그렇게 혼나냐고 물었다. B는 "오늘도 (생각하기) 했고, 어제도 했어"라고 답했다.

올해 3월부터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C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함께 다닌 A와 B. 이제 고작 네 살배기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2일 경기도교육청과 C초등학교, 유치원 학부모 등에 따르면 A와 B의 담임교사인 D(57)씨가 상습적으로 두 아이를 집단 수업에서 배제시키는가 하면 아동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1일부터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유치원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A의 학부모 E 씨는 지난 3일 감사관으로부터 기가 막힌 질문을 받았다. "아이가 대집단 수업에 처음부터 끝까지 배제당한 것에 대해 유치원으로부터 고지받은 사실이 있냐"는 것이었다.

E 씨는 "3월 말쯤 우연히 아이가 집단 수업에서 배제된 것을 알고, 선생님께 아이가 전체 집단에서 소외될 수 있으니 자꾸 배제시키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적 있다"며 "감사관 말대로라면 아이가 계속해서 집단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뜻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E 씨는 D 교사가 아이에게 신체적 학대를 가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A의 학부모는 D교사가 아이에게 신체적 학대를 가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의 학부모는 D교사가 A에게 밥을 먹여 주던 중 아랫잇몸이 숟가락에 찔려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사진=A학부모 제공)

 

E 씨는 "지난달 13일 아이가 아프다고 해 입술을 들춰보니 아랫잇몸이 파여 피가 고여 있었다"며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선생님이 숟가락으로 찔렀다. 피가 났고, 아파서 울었다'고 했다며 얼마나 세게 찔렀으면 그런 상처가 날지, 감정이 실리지 않고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집단 수업에서 배제된 것은 B도 마찬가지였다.

B의 학부모는 "이제 다섯 살 밖에 안 된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기 싫다고 했다고,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교사가 어디 있냐"며 "게다가 아이를 벽을 보고 서 있게 하는 것은 너무나 비교육적인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녀를 해당 유치원에 보냈던 한 학부모도 D교사에 대해 안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이 학부모는 "D교사는 학부모들을 무슨 도우미 부리듯이 할 뿐만 아니라 엄마들한테 무조건 반말을 하는 등 항상 고압적인 태도였다"며 "아이들한테도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으면 뒤에 세워 놓고 수업에 참여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 "이것이 혁신교육?"…혁신학교 병설유치원 '충격'

더욱이 이 유치원이 속한 학교가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혁신학교'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유치원의 한 학부모는 "과연 이것이 이재정 교육감이 말해는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혁신교육'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유치원에 대한 감사는 중단된 상태다. 감사를 받던 D 교사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D 교사는 또 학교측에 유아 교육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감사관에게 감사를 받을 수 없다며 감사관을 교체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D 교사는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D 교사는 "3세 교육과정에서는 입학초기에는 본인들이 원하지 않으면 무리하게 그 수업에 참여시킬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나름대로 대집단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권유도 하고 부모님의 협조를 구했지만, 아이들이 계속해서 참여하지 않으려 해서 학부모님들께도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아이들이 다른 애들을 때리고, 다치게 할 때마다 안아주고, 교육적으로 얘기도 해주고, 직접 옆에 앉혀 놓고 수업에 참여시키려 했다"며 "단체 수업에 배제시킨 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양시 상탄초 병설유치원 만3세반 담당교사 변영숙 아동학대 관련 정정보도문]
본지는 2015. 7. 13.과 2015. 10. 27. 2회에 걸쳐 노컷뉴스 인터넷 사이트(http://www.nocutnews.co.kr) 사회면에 "'나도 놀아줘요'…수 개월간 아이 혼자 놀게 한 '유치원'", "'내가 너희 하녀냐' 아동학대 유치원 교사 경찰 조사"라는 제목으로 고양시 상탄초 병설유치원 만3세반 담당교사 변영숙이 상습적으로 원아를 수업에서 배제하여 학습권을 침해하였고 숟가락으로 원아의 잇몸을 찌른 혐의가 있다는 기사를 각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 결과, 해당 교사가 상습적으로 특정 원아를 수업에서 배제하여 학습권을 침해한 것은 사실이 아니고, 만3세 발달 특성상 유아의 관심과 흥미, 발달이나 환경 특성 등을 고려하여 개별 유아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학습하도록 되어 있는 유아 교육 지침에 따라 해당 교사는 집단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원아의 의견을 고려하여 방과후 교사와 함께 있도록 지도한 것이며, 해당 교사가 숟가락으로 원아의 잇몸을 찌른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위 교사에 대하여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서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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