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선발로 등판할까?' 올 시즌 한화의 필승조로 연일 분투를 펼치고 있는 좌완 듀오 박정진(왼쪽)과 권혁.(자료사진=한화)
프로야구 한화 '필승 불펜'에 대한 혹사 논란이 뜨겁다. 이른바 '박권윤' 트리오로 불리는 승리조의 등판이 너무 잦고 많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힙겹게 버티고 있는 한화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렇게 가다간 후반기 고꾸라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화는 2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와 광주 원정에서 14-7 승리를 거뒀다. 넉넉한 점수 차, 특히 5회까지 12-5로 앞선 낙승이었다.
그럼에도 한화는 박정진(39)과 권혁(32), 윤규진(31) 등 필승조가 모두 투입됐다. 먼저 박정진이 12-5로 앞선 6회부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점수 차가 유지된 8회 권혁이 등판해 ⅔이닝 동안 2실점, 12-7이 되자 마무리 윤규진이 1⅓이닝을 던졌다.
▲박정진 최다 출장-권혁 불펜 최다 이닝
일반적인 KBO 리그 투수 운용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 정도 점수 차면 필승조를 아끼고 추격조나 그동안 등판 기회가 적었던 투수들을 내보내는 게 보통이다. 추격조도 이기는 상황에 나와 승리에 일조한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고, 유망주들에게도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한화는 선발 이후 마운드 운용을 모두 필승조에게 맡겼다. 이날 한화는 에이스 미치 탈보트가 5이닝 5실점했고, 나머지 4이닝을 '박권윤'이 맡았다.
올해 한화 승리조는 등판이 잦다. 특히 박정진과 권혁, 좌완 듀오는 어지간하면 나온다. 박정진이 리그 투수 중 최다인 48경기에 등판했다. 권혁도 44경기로 4위지만 10개 팀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65⅓이닝을 던졌다. 선발 투수들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을 빼면 최다 이닝이다.
투구수로만 따지면 더하다. 권혁은 2일까지 1199개의 공을 던졌는데 LG 임정우(1164개), NC 이태양(1136개), 두산 진야곱(1131개), SK 윤희상(1124개) 등 선발과 스윙맨들보다 많다. 여기에 불펜 대기까지 합하면 계산되지 않은 투구수는 더 많다.
권혁과 박정진은 한화 내에서는 선발 등판 투수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권혁에 이어 박정진도 63⅔이닝을 던졌는데 팀 4, 5선발보다 많다. 배영수가 14경기 52이닝, 송창식이 32경기 55⅔이닝이었다.
▲'부상 복귀' 윤규진도 어느덧 불펜 이닝 3위
'그나마 한 달 공백 있었길래 망정이지...' 한화 마무리 윤규진은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한 달 이상 빠져 있었지만 벌써 팀 불펜 소화 이닝 3위일 정도로 등판이 잦다.(자료사진=한화)
10개 팀 중 불펜 투수가 선발이나 스윙맨보다 많이 던진 팀은 한화와 NC, 넥센, 케이티 등이었다. NC는 이재학(51이닝)이 시즌 초반 부진해 이닝을 적었고, 넥센과 케이티는 4, 5선발이 자주 바뀌는 팀이다. 넥센 조상우(52⅔이닝), 케이티 장시환(52⅓이닝)으로 팀내 4위, NC 최금강이 52이닝으로 팀에서 5위였다.
하지만 60이닝 이상 불펜 투수를 기준으로 하면 한화가 유일하게 선발보다 많이 던졌다. 역시 4, 5선발이 약했지만 그만큼 불펜 집중과 편차가 심했다는 뜻이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한 달 이상 빠져 있던 윤규진도 26경기 33⅔이닝으로 어느새 팀 불펜 중 소화 이닝이 3위로 뛰었다.
불펜 투수들은 선발에 비해 휴식일이 보장되지 않는다. 여기에 경기 중 불펜에서 몸을 풀며 던지는 공까지 더하면 선발과 같은 이닝이라고 해도 투구수는 훨씬 더 많다. 그만큼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한화의 불펜 투수들이 어지간한 선발 투수만큼, 아니 그 이상 던진다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박빙이 아닌 상황에서도 필승조가 나와야 하는 데는 그 나름의 사정이 있을 터.
하지만 아직 시즌이 절반 정도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권혁 등 선수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이들은 철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