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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삐걱대는 재향군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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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요?

◆ 김성완> 지금 재향군인회 내부가 굉장히 시끄러운데요. 설립 이래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결성이 되어서 회장의 독선적인 운영을 고발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와 감사원에 보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삐걱대는 재향군인회,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재향군인회 노조가 설립된 게 63년 만의 일이죠?

◆ 김성완> 맞습니다. 재향군인회가 창설된 게 1952년입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와중에 부산에 임시수도를 두고 있었던 시절에 만들어졌었는데요. 당시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장병, 제대장병의 생활을 도울 만한 기관이 필요하다고 해서 창설됐습니다. 노조가 그렇게 따지면 63년 만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요. 재향군인회가 사실은 거의 대기업 수준입니다. 계열회사까지 합하면 거의 10개 회사가 있거든요.

◇ 박재홍> 그렇군요.

◆ 김성완> 그러니까 그중에 재향군인회 상조회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는 노조가 있었고 파업까지 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재향군인회 본사라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이 본회에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6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건데요. 제대군인들의 모임이다 보니까 재향군인회가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노조가 생겼으니까 아무래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거죠. 지난 달 24일 노조결성식을 했다고 하고요. 사흘 뒤에 성동구청에 노조결성신고를 마쳤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재향군인회 조합원들이 노조를 설립하자마자 청와대에 진정서를 넣었다면서요?

◆ 김성완> 그렇습니다. 이것 때문에 지금 향군 내부가 굉장히 시끄러운데요. 노조는 회장의 독선적인 향군 운영과 불순세력이 개입하는데 대한 반발이 노조설립의 촉매제가 됐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얘기를 하자면 그동안 회장이나 회장이 데려온 사람들이 너무 많은 전횡과 잘못을 저질렀다, 이제는 못 참겠다, 우리라도 나서서 향군을 살려보겠다, 이런 취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동의하는 직원이 상당수라고 합니다. 부장단 전원이 서명에 동참을 했고 이게 계기가 되어서 노조까지 결성을 한 건데요. 청와대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을 보면 향군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누구누구가 인사절차도 무시한 채 임명이 되고 회장이 선거캠프 관계자들을 보상차원에서 계약직 부상급으로 임명을 했다,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실명까지 거론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사실 직원들의 분노가 대단하다는 얘기인데요. 보훈처가 지난 달부터 인사 부분을 중점적으로 감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재향군인회는 자산이 1조로 추산되지 않습니까? 엄청나게 돈이 많은 단체잖아요.

◆ 김성완> 돈이 굉장히 많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간부라고 할 수 있는 부장단 전원이 서명에 동참했고 노조가 만들어져서 진정을 한 것인데,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거예요?

◆ 김성완> 향군은 복마전이나 다름이 없는데요. 자산이 1조원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지만 빚도 많습니다. 5500억 정도된다고 합니다.

◇ 박재홍> 빚이 굉장히 많네요.

◆ 김성완> 하루에 이자만 한 6000만원씩 갚고 있는 상황인데요. 재향군인회 같은 경우에는 정부 지원금도 많이 받았고 그동안에 군 관련되어 있는 데서 수익 특혜를 굉장히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곳인데, 이렇게 5000억이 넘는 빚더미에 올라앉아있다, 이것이 지금 현재 재향군인회 상황이 어떤지를 말해 줍니다. 전문성 없는 퇴직한 군 장성이 회장에 앉아서 수백억, 수천억씩 투자하다가 손실을 본 적이 있고요. 내부 감시장치도 제대로 없어서 직원들의 온갖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인데요. 2000년대 초반에 정부 사업에서 수의계약 특혜가 사라지기 시작하니까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시행사 역할을 한 게 아니라 은행에서 신용대출받은 돈을 선이자 20%를 떼고 다시 시행사에 대출해 주는 일종의 이자사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수백억씩 막 돈을 퍼주기 시작했는데 그 퍼준 돈들이 다 손실로 고스란히 떠안겨져 있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일종의 대부업을 한 거네요, 그러면.

◆ 김성완> 그렇죠. 돈놓고 돈먹기 이렇게 한 건데. 직원들과 이 사이에 시행사의 짬짜미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 돈을 빼돌리는 그런 일까지 벌어졌고요. 회장이 코스닥 상장사에 지급보증을 서줬다가 800억가량을 날린 적도 있고. 방산비리에 개입이 되어서 22만원짜리 소화장치를 200만원에 납품을 하기도 하고. 우리 요즘에 한 1만원 정도면 살 수 있죠, 4GB짜리 USB 있죠? 이걸 95만원에 납품한 적도 있습니다.

◇ 박재홍> 1개를 95만원이요?

◆ 김성완> 1개를 95만원이요. 진짜 어이가 없는 일이고요. 이렇게 운영한 결과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빚더미에 올라앉은 그런 상황이 되어 버린 거죠.

◇ 박재홍> 말씀 들어보니까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어서 반발할 만한데요?

◆ 김성완> 맞습니다. 사실은 가만히 직원들이 있었던 것이 이상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노조가 그러면 과연 향군을 개혁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인가, 이게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데. 내부의 견제장치 하나가 만들어졌으니까 그동안처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기대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노조가 생기는 것보다 향군회 성격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850만 제대군인들이 향군에 가입됐다고 하는데요. 저도 제대군인이잖아요. 박재홍 앵커도 제대군인이잖아요.

◇ 박재홍> 저도 제대군인입니다.

◆ 김성완> 향군한테 복지 혜택을 받은 게 있는지, 제가 기억이 없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많은 분들이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시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재향군인회가 일부 군인들, 일부 장성 출신들이 들어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런 단체가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외국 같은 경우에도 우리와 비슷한 향군이 있거든요. 21개국에 있는데. 그 향군들 가운데 13개 국가 향군들은 사실은 장성 출신들이 향군 회장을 맡지 않고 병사들이 맡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김성완>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한 그런 병사들이 맡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창설이래 21명의 회장이 있었는데 다 장성 출신들이 맡았어요. 그러니까 병사들은 도대체 뭘 위해서 향군이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도 향군이 개혁돼야 할 필요가 있는 거고요. 또 한 가지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 향군이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켜야 하도록 법에 되어 있는데 정치적으로 자꾸 개입을 한다는 겁니다. 즉 정치성을 띄게 되는 건데.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대선 때 향군에 청년단 같은 걸 만들어서 댓글사업을 했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향군이 진정한 제대군인들의 복지를 위한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번을 계기로 해서 뭔가 정부도 노력을 하고 향군 내부에서도 개혁의 목소리가 나와야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재향군인회, 더 바뀌여야 한다, 이런 말씀을 주셨어요.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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