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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빚 돌려막기 늪에 빠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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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그리스가 지금 IMF 채무불이행 확정을 해서 국가부도 상태에 처했네요.

◆ 김성완> 이게 남일 같지 않아서 굉장히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리스 얘기도 해야 되는데 우리 상황도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이런 얘기까지 오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가 이것과 관련이 되어 있나 보네요.

◆ 김성완> 어제 한국은행발 가계부채 위험경고가 나왔는데요. 집을 담보로 빚을 내서 또 다른 빚을 돌려막기 하는 가구가 늘면서 부채 상환 부담에 지갑을 지금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빚 돌려막기 늪에 빠진 대한민국,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어제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 말씀하시는 거죠?

◆ 김성완> 맞습니다. 어제 이 보고서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그 기사 하나하나에 모두 사이렌을 달려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박재홍> 위기상황이다.

◆ 김성완>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는데요. 정말 이대로 가면 그리스처럼 되는 거 아니야, 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보고서 내용을 핵심 내용을 간추려 드리면 크게 세 가지 내용인데요. 첫째, 가계부채 규모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둘째, 부채의 질도 상당히 낮다. 셋째, 외부충격에 극히 취약하다, 이겁니다.

◇ 박재홍>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죠. 우선 가계부채 규모 얘기부터 해보죠.

◆ 김성완> 가계부채 규모에 대해서는 아마 많이 얘기를 들으셨을 것 같아요. 이미 1100조원을 넘었다, 이런 얘기는 언론을 통해서 접하셨을 것 같은데요.

◇ 박재홍> 말이 1100조이지... 이게 참 가늠이 안 되는 숫자잖아요.

◆ 김성완> 그런데 정부는 마치 앵무새처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이건 대단히 이율배반적인 태도인데요. 마치 전화만 걸면 대출해 주겠다, 이렇게 광고하는 대부업체 같다는 느낌까지 받습니다. 굉장히 무책임하다는 생각까지 드는데요. 왜냐하면 가계부채가 작년 8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했거든요. 그 시점이 정부가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고 시행에 들어가고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지금 그 이후로 벌써 세 차례 금리를 인하를 했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부터 매달 70조원씩 가계부채가 늘어났는데 문제는 가계부채 규모가 그 자체의 숫자라기보다는 소득은 늘지 않는데 빚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점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자연스럽게 쓸 돈이 없잖아요. 가처분 소득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그 중에 38만원을 지금 빚 갚는 데 쓰고 있습니다. 이 가처분 소득대비 부채상환에 상환하는 돈의 비율이 세 차례나 금리를 내렸는데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 박재홍> 그래서 저희가 지난주 금융위원회를 인터뷰했습니다마는 ‘부채질이 괜찮다, 심각하지 않다.’ 정부는 이런 입장이었는데.

◆ 김성완> 한은 얘기는 정반대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 그렇다면 한은이 거짓말 한 게 되는 거죠.

◇ 박재홍> 심지어는 (가계부채가)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까지 말을 했었는데, 한국은행 발표는 다르네요. 부채의 질이 낮다, 이게 무슨 얘기입니까?

◆ 김성완> 서민층 자산의 대부분은 사실 집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집 한 채 빼놓고 나면 사실 갖고 있는 재산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잖아요. 그런데 정부는 빚 내서 집 사라고 오히려 조장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주택담보대출의 그 질적인 내용을 뚜껑을 열고 들여다 봤더니 집을 담보로 빚을 내서 대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작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 주요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분석을 했더니 대출금 상환을 위해서 빌린 돈이 전체 빌린 돈의 31%라는 겁니다. 이게 부동산 규제완화 이전의 2배 수준으로 치솟은 건데요. 반대로 집을 사기 위해서 받은 대출은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50% 수준에서 지금 현재 40%까지 뚝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집을 사기 위해서 대출을 받았는데, 정작 집은 안 사고 빚을 돌려막기 하고 있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거죠. 이건 무슨 의미겠습니까? 결국 빚 갚을 능력이 없다는 얘기예요, 사실은.

◇ 박재홍> 빚 내서 빚을 갚고 있기 때문에.

◆ 김성완> 그렇죠. 이런 가구가 257만 가구에 달하고요. 빌린 돈이 무려 400조원에 달합니다. 이런 가구를 ‘한계가구’라고 한다면 이 ‘한계가구’의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이 평균 507%입니다. 그러니까 갚아야 할 빚이 가처분 소득의 5배에 달한다, 이런 얘기인데요. 저소득층 같은 경우에는 1882%입니다. 그러니까 갚아야 할 빚이 가처분 소득의 18배나 많다, 이런 얘기가 되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겠죠.

◇ 박재홍> 빚 내서 빚을 갚고 있고 또 가계 소득은 오르지 않고 있으니까 사실상 능력이 없는 상황인데. 세번째 외부충격에 약하다, 이 말은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질 때를 가정한 건가요?

◆ 김성완> 그렇죠. 지금 가계 부채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외부충격이 왔을 때 우리가 혹시 외환위기처럼 되는 거 아니야, 97년. 이런 상황처럼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하는 공포감이 있는 건데요. 얼마나 그게 위험한 상황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가처분 소득대비 금융부채비율 말씀드렸지만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지면 가계에 충격이 올 수밖에 없는데요. 한은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했습니다. 기준금리가 1% 오르면 가계부채 위험가구 비율이 10.3%에서 11.2%로 늘어나고요. 2%가 오르면 12.7%. 3%가 오르면 14%까지 늘어납니다. 그러니까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5%씩 떨어질 때마다, 집값이. 위험가구 비율이 11.1% 그리고 10%가 되면 12%. 15%가 떨어지면 13%. 이런 식으로 점점 위험가구 비율이 올라갑니다. 그러면 이런 변수가 한 가지만 생기느냐. 그게 아니라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질 수가 있잖아요.

◇ 박재홍> 복합적으로.

◆ 김성완> 그렇게 될 경우에는 금리가 2% 오르고 집값이 10% 떨어진다고 하면 위험가구비율이 14%로 크게 팍 증가합니다. 그리고 위험부채비율이 32%로 급증을 합니다. 이렇게 돼버리면 이런 가구가 도미노처럼 쓰러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올 경우에 과연 정부가 막을 수 있겠느냐,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사실은.

◇ 박재홍> 정부도 한국은행 보고서를 좀 참고를 해야 할 것 같고, 낙관적인 전망만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 김성완> 지금 그리스 사태 얘기를 하잖아요. 그리스 사태에 여러 가지 원인분석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국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국민들이 돈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는 건데요. 우리가 만약에 외부충격이 올 경우에 어디에서 재산을 금방 만들거나 소득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 비슷한 상황이 되는 겁니다. 빚을 못 갚을 수 있는 상황이 온다는 건데요. 그건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도 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그 대책을 만들어야 할 정부를 한 번 쳐다보십시오, 뭘하고 있나. 청와대를 보면 그럴 여유가 전혀 없어 보이거든요. 어제 제가 개인적으로 한 분한테서 전화를 받았어요. 한숨을 푹푹 쉬시면서 이분이 횟집을 하시는 분인데, ‘임대료도 못 낸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 훨씬 더 심각해졌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 그 어떤 상황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 박재홍> 그렇군요.

◆ 김성완> 더 큰 문제는 그분이 하는 말씀이 앞으로 희망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앉아서 지금 경제대책만 얘기할 게 아니라 이런 분들을 만나서 도대체 우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좀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경제민주화 얘기를 했었지만 그건 이미 폐기한 지 오래고, 규제완화만 지금 얘기하고 있는데요. 그런 얘기를 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서민이 어떤 입장에 처해있는지 좀 살펴보고 무슨 대책을 내놔야 하는지 고민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메르스 사태 이후에 ‘각자도생’이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국민들이 ‘각자도생’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서민들의 경제 위기를 정부가 심각하게 다시 봐야한다는 말씀입니다.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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