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최근에는 물 전쟁을 시도하고 있어 물 부족과 전염병 창궐 등 심각한 재앙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자유유럽방송(RFE/RL) 등 외신은 관련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IS가 유프라테스강 북부 상류를 따라 건설된 댐들을 장악하고 나서 물 공급을 차단하는 바람에 남부 지역의 습지가 고갈돼 벌써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시도는 지난 1990년대 반기를 든 남부 시아파 주민들에 대한 응징 책의 하나로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물 흐름을 고의로 막아 남부 습지를 고갈시킨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터키에서 발원해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로 흘러들어 가는 2천700㎞ 길이의 유프라테스강은 이들 3개국 2천700여만 명의 주민들에게는 젖줄이나 마찬가지로, 물 흐름이 빠르고 수위 변동이 심해 오래전부터 대규모 관개공사와 댐 건설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IS가 이런 전략적 중요성을 놓칠 리 없었다. IS는 이미 지난 2013년 초부터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중요 거점들을 장악해 통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에는 타브카댐도 포함돼 있다.
옛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된 타브카댐은 식수와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전기도 공급하는 전략 요충지인 셈이다.
IS가 시도하는 물 전쟁의 또 다른 '무기'는 라마디댐이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인접한 안바르주의 주도인 라미디를 지난달 함락한 이후 IS는 댐 일부를 막아 물이 식수와 농업용수의 주요 공급원인 하바이냐 호수로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고 시도해왔다.
안바르주 보안 관계자들은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심각한 결과와 환경재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이미 남부 습지에서는 현실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의 매튜 맥코스키 연구원은 "여름철 높은 기온과 가뭄이 빈번하고 기본적인 위생여건조차 지극히 열악한 남부 지역에서 물 흐름 차단은 파국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피해 지역을 둘러본 야하 알나시리 디카르주지사는 해당 지역이 '재앙'에 직면했으며, 지역 축산과 수산업체들은 완전히 붕괴한 상태라고 밝혔다.
콜레라 등 전염병 창궐도 현실로 나타났다. 디카르주 보건국장은 주도인 나시리야 부근 습지에 물이 부족한 바람에 콜레라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IS가 라마디댐을 통제한 이후 물 부족도 심각하다. 이라크 의회 농수위원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유프라테스강의 물 흐름량이 초당 200 입방 톤(cubic ton)이나 됐지만, IS 장악 이후에는 절반 이상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벨, 카르발라, 나자프, 콰디시야주 등에서 심각한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터키가 물 흐름을 줄이는 것도 물 부족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