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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메르스와 박근혜 정부의 위대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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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악화의 근본적 원인과 해법

(사진=청와대 제공)

 

굳이 거창하게 헌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가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가 재난과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이후 우리 사회의 안전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된 가운데 이번 메르스 사태로 다시 한 번 우리네 삶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현 정부는 ‘국민 안전’에 공을 들여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대선 공약으로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종래의 ‘행정안전부’를 명칭부터 ‘안전행정부’라고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서식이며 간판 등을 바꾸느라 적지 않은 비용을 들임으로써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취임 초기인 2013년 5월에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 이른바 4대악 추방을 중점 과제로 한 ‘국민안전종합대책’ 을 발표하였다. 각 지자체에는 안전행정국·안전총괄과 등 안전관리 총괄 전담기구까지 설치하였다. 천려일실이랄까 여기에서 질병이나 해난사고 같은 유형의 국민안전 대책은 빠져 있었다.

세월호이후 새로 발족한 ‘국민안전처’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역(전염)병에 관한 안전은 빠지고 종전의 소방과 해양경찰 업무를 포괄하는 새로운 장관급 행정부서가 하나 더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메르스’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또 다른 ‘국민안전’ 부처가 갈라져 나오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이렇게 도처에서 언필칭, ‘안전,’ ‘안전’ 하면서 현실에서는 안전하지 못한 삶을 사는 우리 국민들은 무엇이 나아졌다는 건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전치 못한 것이 조직이나 기구가 잘 안 갖추어져 그렇다면 10여 년 전 메르스보다도 전염성이 훨씬 강하다는 사스가 중국 등 동남아에서 창궐할 때도 우리 한국은 멀쩡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 당시 정부의 기민한 대응으로 위기를 잘 넘겨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예방 모범국이라는 칭송을 들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요컨대, 우리 사회의 안전 여부는 특정 명칭의 관련 조직이나 기구의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이를 운영하고 담당하는 사람, 즉 리더십의 문제이다. ‘서툰 장인이 연장 나무란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본질은 다른데 있는데 엉뚱한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우를 범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그러면 리더십의 부재는 어디에서부터 오는가. 한 마디로 고위공직자(장.차관 포함)의 매너리즘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선 “‘쓰리 고’ 복무” 중심으로 살펴보자. 우선 이런 말이 무슨 화투판의 속칭, ‘고 스톱’ 용어인가 착각할 수 있으나 세월호사태 이후 관련 공무원·공직자의 행태(성완종게이트 포함)를 보면서 느꼈던 것들은 집약한 말이다. 즉, 뭔가를 ‘숨기고, 감추고, 감싸고’ 하려는 것과 함께 ‘복지부동, 무사안일주의’의 고질적 병폐가 낳은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간 간부나 고위공직자가 리더십이 없을 때 동전의 양면인 말단 조직의 팔로워십(Followership)이 발생할리 만무한 것이다. ‘고위공직자에 리더십이 없다’는 명제에 있어서는 대통령 자신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가장 큰 부분은 무엇보다 인사와 소통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지금처럼 자의반 타의반 ‘회전문 인사’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는 공직자가 그저 대과없이 자리 지키기만 잘 하면 또 다른 기회가 온다는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진취적, 창의적 업무 추진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위공직자들의 근무자세는 중간 간부급이나 하위직에 그대로 연쇄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말단 조직의 구성원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그 맡은 바 책무와 소임을 다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직.간접적으로 그러한 상황을 직면하게 되었다.

대통령의 소통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대중과의 ‘불통’이 회자되지만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것처럼 ‘받아 적기’ 국무회의 등 각료나 청와대 내부 참모와의 상호 불통 문제도 심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아마 박대통령 취임초기 청와대 측근 참모의 한 사람인 대변인이 인사발표용 봉투를 뜯으며 자기도 내용을 처음 본다고 한 발언이다. 이는 조직이 비밀주의 휩싸여 있음을 노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속칭 ‘박근혜 번역기’(?)까지 등장할 정도로 소통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복지부동이 생존 수단이 되면서 이와 동시에 무사안일주의가 배태된다고 할 수 있다.

‘소통’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케네디, 레이건 등 역대 대통령들의 ‘주방내각’(Kitchen Cabinet)이나 ‘응접실내각’(Parlor Cabinet)처럼 격의.격식없는 자연스런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없다면 ‘책임총리제’ 등을 활용, 권한(위임)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함으로써 총리나 장관이 소신있게 소관 업무를 추진토록하는 것이 대안이다. 지금처럼 모든 공직자가 대통령 한 사람만을 향해 ‘말씀’이나 ‘처분’만 바라는 분위기나 환경에서는 단언컨대 제2의 세월호, 메르스가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끝으로 더 이상 쇼윈도 통치나 정치(행정)은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대내외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제스처는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 과시용으로 진정성이 없는 정책이나 시정 프로그램은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내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것이 박근혜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이다. 남북이 신뢰를 되찾자고 하면서 북한(정권)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대북전단지 살포를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 당하면서 까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묵인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이 남한을 신뢰하겠나 하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한반도‘불신’프로세스가 되는 건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도 북측에서는 명백히 ‘흡수’통일준비위원회로 받아들이는 한 제 역할을 다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더구나 70〜80명의 많은 인원(위원)들이 뭘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을 안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비아냥거리는 말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통일대박론’에다 통일준비위까지 가동하니 저들(북한)이 바짝 긴장해서 경계하는 상황에 신뢰가 쌓일 일이 생기겠냐 싶다. 통준위는 정부가 통일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옥상옥 기구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미 우리 정부내에는 통일관련 기구가 넘쳐나고 있다.

통일부를 필두로 통일연구원, 통일교육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구 말고도 민족통일중앙협의회 등 60여개 이상의 시민단체(NGO) 등 너무 많아서 탈이다. 따라서 옥상옥, 사족같은 통일준비위원회는 본래 추구하는 바와는 달리 ‘통일저지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안전처’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 “손이나 잘 씻고 다니라”는 뒷북치는 정부기관으로 전락하여 조만간 ‘국민불안전처’가 되기 십상인 상황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박근혜정부의 통치 스타일이 도마에 오르게 되는데 전염병확산의 원초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70년대 유신 개발·독재시대의 관리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화를 자초한 것이다.

‘국민을 관리 대상’으로 또 ‘정보는 통제 대상’으로 본데서 모든 문제가 발단된 것이라고 본다. 지구촌 193개국(유엔가입 회원국) 중 단연 최고의 대학 진학률(85%에 육박)의 나라 국민들, 거기에 세계 최강의 전자정부, 인터넷 강국으로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파되어 비밀이 없는 사회에 사는 이 나라에서 정보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디지털시대에 70년대 아날로그식 통치방식으로 뭘 해보겠다는 발상은 일찌감치 지우는 게 상책이다.


※ 본 기고 및 칼럼은 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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