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력 사정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평양 내 외국대사관들도 하루 몇 차례 정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개발협력처 (SDC)의 토마스 피슬러 평양사무소장은 24일 평양의 외국대사관 공관도 하루 3~4 차례 정전이 되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에 말했다.
특히 "지난 겨울 전력난이 심각했으며, 몇 시간 동안 정전이 지속됐고, 심하게는 매 시간 마다 전기가 나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피슬러 사무소장은 "지난 2013년 11월 평양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 지난 겨울처럼 전력난이 심했던 것을 경험하지 못했으며, 지금의 전력 상황은 지난 겨울 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호베르투 콜린 평양주재 브라질대사도 "지난 겨울 전력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며 "자주 정전이 됐고, 전압도 매우 낮았다"고 말했다.
피슬러 사무소장은 최근 전력난이 심각한 이유와 관련해 "가뭄으로 수력발전소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자주 접했다"고 말했다.
평양소식통도 "평양시내에는 하루에도 세네번씩 정전이 계속되고 짧게는 10분에서 20분, 길게는 반나절 동안 전기가 공급되 않고 있다"고 CBS노컷뉴스에 전했다.
소식통은 "전력이 공급되도 일정한 전압이 유지되지 않아 냉장고와 선풍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으며, 특히 냉장고는 잦은 고장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평양 소식통도 겨울철보다 전력 사정이 나아졌지만, 전력 공급이 원할하지 않은 지역 주민은 휴대전화 충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소식통은 "전력사정이 악화되자 중국산 배터리를 구매하는 가정이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12볼트 배터리를 이용해 전등을 켜고 선풍기와 휴대전화까지 충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은 지난 10일 북한의 가뭄 상황을 현지에서 직접 살펴본 이후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서 "지난 18개월 동안 계속된 건조한 날씨로 마실 물이 부족하고, 수질도 나빠졌으며, 수력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신문도 22일 "북한에서 지난해 겨울부터 강수량이 부족해 강과 댐 수위가 낮아져 수력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11일부터 20일 사이 황해남북도의 전반적 지역에서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장기적인 가뭄이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수석연구위원은 "2013년 현재 북한의 발전량은 221억 kWh로 최고치(292억 kWh)를 기록했던 1989년 대비 24.3%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천 지역의 전력 소비량 226.7억 kWh와 비슷한 수준이며, 이로 인해 2013년 북한의 발전 가동률은 전체 발전설비 724만 kW 대비 약 34.8%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경제난에서 벗어나 지속발전하기 위해서는 1인당 국민소득 3,000 달러에 도달하는 2022년까지 264만 kW의 신규발전 설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