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메르스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던 보건당국이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자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4일 오전 브리핑에서 "추가적으로 확산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데 큰 갈림길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지난 주말에는 진정세로 보고 있었다"면서 "다시 추가적으로 (환자가) 나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답을 못 드리겠다"고 털어놓았다.
또 "강동경희대병원과 강동성심병원, 경기 구리 카이저재활병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 후에 앞으로 환자 추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 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당국은 6월 둘째주가 지나면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다.
당초 1차 마지노선이던 '평택성모병원 방어선 구축'인 2차 감염자 격리에 실패한 보건당국이 2차로 내세운 마지노선은 삼성서울병원이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35) 환자를 통해 감염된 3차 감염자들의 최장 잠복기가 끝나는 지난 12일을 고비로 감소세로 돌아설 거라며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놨던 것.
하지만 이 병원 이송요원인 137번(55) 환자가 감염된 채 열흘 가까이 병원은 물론 서울 시내 곳곳을 다닌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3번째로 설정한 마지노선이 바로 24일이다.
하지만 4차 감염과 병원밖 감염이 곳곳에서 터지면서 3차 마지노선도 무너진 지 오래다.
특히 3차 마지노선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당국이 4차 마지노선을 고민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76번(75·여) 환자에서 173번(70·여) 환자로 이어지는 서울 강동구 메르스 확산 상황에 있다.
우선 지난 9일 사망한 76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뒤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벌써 1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이 가운데 173번 환자가 바로 당국이 '갈림길'로 지목한 환자다.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 내원자의 보호자인 요양보호사 173번 환자는 감염된 이후 비격리 상태에서 지역내 병·의원과 한의원, 약국 등 9곳을 전전했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173번 환자와 최소 7500여 명이 접촉했을 것으로 내다봤고, 이례적으로 서울시와 보건당국은 경유지 중 한의원과 약국까지 실명과 방문날짜를 공개했다.
만약 173번 환자의 동선에서 추가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다면 사실상 평택성모병원의 1차 메르스 유행과 삼성서울병원의 2차 메르스 유행에 이어 3차 메르스 유행이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