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연합뉴스미국 출신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로 선출된 가운데, 그가 과거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등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NBC뉴스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은 레오 14세 교황이 간헐적으로 소셜미디어 활동을 해왔고, 그중 일부 게시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해당 계정이 실제 레오 14세의 것인지 바티칸에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계정에 따르면, 가장 최근 게시물은 지난달 14일에 올라왔다. 이 글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엘살바도르 강제 추방 정책을 비판한 워싱턴 대교구 에벨리오 멘지바르 주교의 기고문을 공유한 것으로 "이웃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가"라는 문장이 인용돼 있다.
또한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2월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게시물을 공유했다. 밴스는 당시 폭스뉴스에 출연해 "기독교인은 가까운 사람을 더 먼저 사랑해야 한다"며 이민자 단속의 정당성을 주장했는데 이를 두고 교황은 "밴스는 틀렸다. 예수는 이웃을 사랑하는 데 순위를 매기라고 가르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도 과거 게시물에는 이민자 보호, 총기 규제, 기후변화 대응 등 진보적 정책에 대한 지지가 드러난다.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다음 날 레오 14세 교황은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머피의 글을 공유하며 "기도와 위로라는 말로 당신들의 비겁한 무대응을 덮을 순 없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으면 이 일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당시인 2015년 7월에는 뉴욕 대교구의 티머시 돌란 추기경이 트럼프의 '반(反)이민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글을 공유했다. 2018년에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때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는 조치에 대해 "기독교적이지도, 미국적이지도, 도덕적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한 미국 추기경의 글이 공유됐다.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된 이후, 그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다시 주목받으며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계정의 팔로워 수는 불과 몇 시간 만에 20만명 이상 늘었고, 현재는 35만 4천명을 넘어섰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기를 고대한다"는 글을 트루스소셜에 남기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