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자료사진)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그의 저서 '헌법학원론(2015)'에서 "(정부) 위임입법의 경우 국회의 통제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모법(母法)과 충돌하는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고 해 '위헌' 논란을 빚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의 취지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맞물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정 국회법이 위헌이냐'는 질문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정 장관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인 정 장관의 저술은 박근혜정부 핵심 관료의 평소 소신이라는 점에서 국회법을 둘러싼 '입법부 대(對) 행정부'의 대립구도를 흔들 수 있는 파급력이 있다. 더 나아가 법령의 공포를 다루는 주무장관으로서 '위헌'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 정 장관의 학자로서의 소신…'국회의 정부에 대한 입법적 통제 강화'CBS노컷뉴스가 분석한 '헌법학원론'에 따르면 정 장관의 학자로서의 소신은 국회법 98조 2항을 현재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국회의 입법적 독점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저서는 정 장관이 2006년 초판을 작성한 뒤 올해 3월 제10판까지 발행됐다. 정 장관이 지적된 구절들을 수정하지 않고 있고, 현재 판매 중인 책이기 때문에 '저자의 평소 소신'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저서 1,246쪽에는 국회법에 대한 그의 평소 생각이 적혀 있다. 정 장관은 98조 2항을 적시한 뒤 "행정입법의 이행을 보장하는 장치로서는 약한 수준의 통제방법"이라고 규정했다.
98조2항은 개정 여부를 놓고 국회와 청와대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바로 그 대목이다. 현행 "대통령령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 기관 장(長)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는 구절을 "장(長)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로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의화 국회의장 등은 의견조율을 통해 개정안의 "수정·변경 요구"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청와대 측은 수정안마저도 반대하고 거부권을 행사하기 직전이다.
정 장관은 국회법이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다는 판단을 깔고 '통제권 강화'를 주장했다.
헌법학언론(2015) 1,050 페이지.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를 서술하고 있다.
저서 1,050쪽에는 "법률에 대한 국회입법의 독점을 보다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위임입법의 경우에 하위법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법 개정의 단초가 된 세월호법 시행령의 경우 저서가 규정한 위임입법에 해당한다.
한 마디로 정부가 만든 세월호법 시행령이 국회가 만든 세월호법과 충돌할 경우 위임입법 통제 강화 취지에 맞게 국회가 정부에 수정을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 청와대 쪽보다 국회 쪽으로 기운 '국회법 소신'정 장관의 학자로서의 소신은 청와대보다 여야의 주장 쪽에 기울어 있다. 그는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권위 있는 중진 헌법학자'로 분류된다는 것이 전반적인 학계의 평가다.
그는 심지어 대통령령이 권한을 넘어서는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을 시도할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통해 이를 사후 통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헌법학언론(2015) 1,247 페이지.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대통령이 위헌 혹은 위법인 대통령령을 강제할 경우 탄핵 소추가 가능하다고 적고 있다.
저서 1,247쪽 '대통령의 법률에 관한 권한' 하위 항목인 '대통령령에 대한 통제' 챕터에는 대통령령에 대한 통제장치가 기술돼 있다.
정 장관은 "대통령이 위헌 혹은 위법인 대통령령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경우에 국회는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소추를 할 수도 있다"고 썼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경우 정부가 세월호법 시행령을 비롯한 많은 행정입법을 통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취지와 위배되는 집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