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국제소송 및 한일 수교 50년에 대한 피해자들의 기자회견’ 에 참석한 이옥선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한일수교 50년을 맞아 열린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전이 보이지 않자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를 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23일 경기도 광주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수교 50주년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을 밝혔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일간지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마지막 단계라는 언급을 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 사죄 등을 기대했지만 어제 양국 정상이 이야기 한 것을 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안 소장은 "실망이 크다"며 "그래도 할머니들이 살아 생전에 이 일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국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오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국제소송 및 한일 수교 50년에 대한 피해자들의 기자회견' 에 참석한 유희남 할머니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희남 할머니는 "대통령이 말한 것을 보고 끝날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일본이 대한민국을 너무 얕보는 것 같다"고 한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과거엔 우리 힘이 모자라서 한국을 뺏겼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느냐. 우리 문제를 우리 할머니들이 나서서 해야 하는가. 정부가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들이 살아 있을 적에 일본 왕이 무릎꿇고 사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일출 할머니는 흐느끼며 "내 속으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우리가 당한 걸 일본에게 말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은 이 자리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 소송을 7월 초에 제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소송 법률대리인인 김형진 변호사는 "지금까지 한-일 간 긴박한 움직임 등을 보며 계속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지만, 조금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매우 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할머님들이 계속해서 돌아가시고 이제는 역사의 진실이 묻혀질 것 같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기다릴 수 없어 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소송의 이유를 말했다.
이번 소송은 나눔의 집에 살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0명과 피해자의 유가족 등 1000명이 원고로 참여할 예정이고, 피고는 일본정부와 아베총리, 일본왕실, 전범기업 등을 모두 포함해 1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00년 워싱턴 법원에서 패소했을 때와 달리, 르완다·유고 등 내전으로 인한 전시 중 성폭력에 대한 국제법상 판례가 어느 정도 쌓여 있다"면서 "피고들의 불법 행위가 '현재 진행적 범죄'란 면에서 볼 때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