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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2천명 격리하고도…감염자 56%는 '非격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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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환자 165명중 92명 '관리망 바깥'…당국은 "통제상태에 있다"

 

국내 메르스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비(非)격리' 상태에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통제 상태에 있다"는 당국의 설명에 의문이 제기된다.

17일까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165명. 이 가운데 92명은 비격리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던 사람들이란 뜻이다.

현재 메르스로 격리 중인 사람은 6700여명이다. 여기에 14일간 격리됐다가 해제된 4500여명까지 더하면, 국내에 메르스가 유입된 뒤 한 달만에 1만 2천명 가까운 국민들이 격리를 당한 셈이다.

그런데도 메르스 파동은 당국의 관리망 바깥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처음에 그물망을 너무 좁게 폈던 게 결정적 실패란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에서 확진자 36명 중 25명이 비격리 대상이었다. 당국의 '가설'인 밀접 접촉 기준에 따라 1번(68)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입원자 등 64명으로 격리 대상을 한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메르스 발생 1주일만에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가 여섯 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허점이 노출됐다. 이후 같은 병동이나 층에 입원했던 환자 또는 보호자들 중 감염 환자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삼성서울병원과 대전 건양대병원 등에서 '수퍼 전파'를 일으킨 14번(35), 15번(35), 16번(40) 환자들도 모두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이후 '비격리' 상태로 방치된 사이 바이러스를 퍼뜨린 케이스다.

 

당국의 초동 대응 실패는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으로도 이어졌다. 이 병원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81명의 메르스 환자 가운데 무려 50명이 '비격리 확진'이다. 전체 감염자 가운데 31명만 관리 대상에 포함됐단 얘기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7일 14번 환자를 즉시 격리하는 한편, 환자 675명과 의료진 218명 등 893명을 파악해 관리 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응급실 '내원 환자'를 우선순위로 관리 대상을 선정한 나머지 이들의 보호자나 간병인, 문안객 등 다양한 유형의 방문자들은 똑같이 응급실에 머물렀음에도 초기 관리망에서 제외됐다.

내원자 명단은 병원 의무기록을 통해 곧장 파악할 수 있지만, 이들의 동행자나 병문안객은 일일히 별도로 물어가며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원활치 못했다는 게 당국의 해명이다.

이러다보니 9일쯤부터 응급실 내원자 뿐만 아니라 '체류'만 했던 보호자 등의 감염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9일에 6명, 10일에 나온 7명의 환자가 그런 경우다.

이 가운데는 98번(58)과 115번(77·여) 환자도 포함됐다. 두 사람이 경유한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과 경남 창원SK병원 등은 현재 '집중관리병원'으로 폐쇄되거나 코호트 격리중이다.

같은 응급실에서 근무했는데도 14번 환자와 '2미터 이내 접촉'을 하지 않았단 이유로 격리 대상에서 배제돼있다 감염된 의사나 간호사 및 이송요원 등 의료진만도 8명이다.

원내 이송요원인 137번(55) 환자는 비격리 상태에서 열흘간 76명의 내원자를 직접 이송했다. 이 환자로부터 파생된 추가 격리자만도 1200명선에 달한다. 당국의 허술한 '비격리'가 새로운 '격리'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대전 대청병원 확진자 13명 가운데도 2명이 비격리 상태였다. 이 중 한 명인 143번(41) 환자는 감염 이후 부산 지역 좋은강안병원 등 의료기관 3곳을 경유, 해당 병원들은 코호트 격리됐고 역시 수많은 격리자가 추가 발생했다.

단 한 명만 놓쳐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메르스 사태. 하지만 번번이 놓친 당국의 '오판'이야말로 한 달 내내 화를 키워왔다.

이제서야 당국은 삼성서울병원의 외래 방문자 5만명을 추적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을 피하긴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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