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메르스 사태'에 등 떠밀린 여야가 결국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에 17일 합의했다.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청와대 입장에선 끝까지 야당을 설득한 여당 지도부에 '한 수' 빚을 진 셈이 됐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마냥 '위헌' 주장만 고집하며 거부권 카드를 꺼내들기엔 머쓱한 상황이 되고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라도 정쟁 대신 민생을 챙길 때"라는 여야의 한 목소리도 청와대의 입지를 좁히는 한 요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메르스로 국회에 퍼진 '반(反) 정쟁' 기류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총리 인준을 향한 야당의 '양보'와 국회법에 대한 청와대의 '트집'을 대비시켰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6월 국회'에서 정쟁이 아닌 민생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며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은 여전히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실명 거론한 뒤 "총리 인준 거부를 두고 '어느 나라 국회인지 모르겠다'는 국회 무시 발언을 했다"며 "(메르스) 초동 대처에 실패하고 서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황 후보자 표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18일 10시 시작하는 대정부질문 안건의 순서를 바꿔서라도 인준안 표결을 오전에 끝내야 한다는 각오로 국회의장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스로 엄중한 시국에 정부 구성을 막으려는 시도만큼은 봉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결국 새누리당이 황 후보자의 국회 참석 후 유감 표명을 중재하고, 새정치연합이 황교안법(변호사법) 개정 대신 운영위 소위 논의로 한 발 물러서면서 황 후보자 인준 문제가 타결됐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국회법 개정안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등에 대한 논의를 위해 15일 오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여야 '정쟁 자제' 모드 강화할수록 궁색해지는 청와대 '반(反) 국회법' 논리여야가 정쟁을 자제하게 된 데는 정의화 국회의장도 한 몫 했다. 정 의장은 이날도 여야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합의를 종용했다. 앞서 국회법 개정안이 쟁점일 때도 직접 법안의 수정된 자구(字句)를 작성하며 중재에 나섰었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직권상정'을 자제하고, 황 후보자 인준 문제를 중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혹자는 '국회가 황 후보자를 합의 처리해주면 그 즉시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조언한다"며 "우리에게 처리해주지 말고 최대한 버티라는 소리지만, 의장 뜻은 '황교안은 황교안이고, 국회법은 국회법'이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