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메르스 확산에 따른 특별 방역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메르스 사태 29일 만에 국내 4차 감염자가 벌써 6명에 이르면서, 이미 '지역 전파' 상황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4차 감염자'는 133번(70)과 145번(37), 147번(46·여)과 148번(38·여), 150번(44)과 153번(61·여) 환자 등이다.
133번과 145번은 '3차 감염자'이자 지난 9일 숨진 76번(75·여) 환자를이송하던 구급차 요원들이다. 또 간호사인 148번은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지난 3일 36번(82) 환자가 숨지기 직전 심폐소생술(CPR)을 벌이다 감염돼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나머지 세 명은 동네 의원 등에서 우연히 '3차 감염자'를 마주쳤다가 감염됐다. 당국은 당초 경기도 평택의 현직 경찰인 119번(35) 환자도 '4차 감염자'로 분류했다가, 역학조사상 오류가 드러나 일주일 넘도록 감염 경로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우려해온 '지역 전파'가 이미 진행중인 걸로 볼 수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격리기간이 종료되기까지 다른 의료기관에서 조금씩 산발적인 사례가 충분히 나올 수는 있다"며 "하지만 그것이 큰 규모의 어떤 클러스터로 보기는 어렵다"며 더 이상의 대규모 감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16일 서울 한 PC방에서 방역 소독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박종민기자
이에 따라 당국이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자가당착적인 오판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당국은 메르스 사태 초기만 해도 '3차 감염'조차 없을 것임을 공언해왔다.
지난달 26일 민관합동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3차감염이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없는 현상"이라며 "역학적 소견과 바이러스 특성 등의 추가적인 데이터 없이 3차감염 얘기를 하는 것은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낙타 등에게서 사람에게 전염되면 바이러스의 힘이 극도로 약해지기 때문에 '차수'가 높아질수록 감염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세계 첫 3차 감염 사례가 확인된 게 지난 2일. 그로부터 이틀뒤인 4일엔 3차 감염자가 처음 사망하면서 "차수를 거듭할수록 강도가 약해진다"는 당국 논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론조차 되지 않던 4차 감염자가 지난 12일 처음 등장했고, 닷새만에 벌써 여섯 명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문제는 드러난 4차 감염자가 '빙산의 일각'이란 점이다. 정부 방역에 잇따라 구멍이 뚫리면서 어떤 격리나 통제도 없이 감염된 채 전국 곳곳을 활보한 일명 '수퍼 전파자'만도 줄잡아 10명을 넘어섰다.
벌써 6천명에 육박한 격리자와는 별개로, 이들과 접촉해 감염된 '4차 환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들 주변에 잠복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오는 24일이 또다시 '최대 고비'라는 당국 설명과 달리, 메르스 사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