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 이택민 박사와 이 박사팀이 개발한 1마이크로미터 선폭 인쇄전자 장비(사진=기계연구원 제공)
반도체 제작 기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소자 회로 선폭을 수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선폭이 작으면 작을수록 집적도를 높여 메모리 등의 용량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제작은 그 공정이 복잡하고, 가스 누출에 따른 사망 사고에서 보듯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물질이 많이 사용된다.
따라서 굳이 반도체 제작 공정을 거치지 않고도 첨단 소자를 만들 수 있다면 아주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서 관심을 끄는 기술이 '인쇄전자'다.
인쇄전자는 잉크로 신문을 인쇄하듯 스마트폰이나 터치스크린,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의 복잡한 전자회로를 전도성 잉크로 제작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인쇄전자의 가장 큰 문제는 극도로 미세한 공정의 반도체 제작 기술과는 달리 선폭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인쇄전자 기술로 가능한 선폭은 나노미터급은커녕 기껏해야 15~20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에 그쳤다.
1마이크로미터 선폭 인쇄전자 장비로 만든 투명전극 샘플(사진=기계연구원 제공)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인쇄전자 선폭을 세계 최초로 1마이크로미터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이택민 박사가 이끄는 인쇄전자연구실이 그 주인공이다.
이택민 박사팀은 2010년 역시 세계 최초로 인쇄전자 선폭을 7마이크로미터로 줄인 데 이어 2013년 다시 3마이크로미터까지 낮추는 등 이 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려왔다.
인쇄전자 선폭 1마이크로미터는 반도체 공정의 수 나노미터에 비하면 여전히 훨씬 뒤처진 인상이지만, 응용 분야와 그 가능성은 거의 무궁무진이다.
현재 사용 중인 박막트랜지스터(TFT) 등 정밀 디스플레이 소자의 선폭은 2~3마이크로미터다.
1마이크로미터급 선폭의 인쇄전자 기술로 기존 반도체 공정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택민 박사는 10일 "TFT 생산에 인쇄전자 기술을 적용하면 공정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어 생산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