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낙도 보조항로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도입한 경쟁입찰제가 오히려 낙도 보조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의 노후화와 부실을 불러 섬 주민들의 안전을 위험하고 있다. 제4편으로 '낙도 보조항로 여객선의 노후화를 부추기는 경쟁입찰제'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주]
1993년 침몰한 서해훼리호(자료사진)
'낙도 보조항로'는 정부가 섬 주민의 해상 교통수단 확보를 위해 사업 채산성이 없어 선사들이 취항을 기피하는 항로에 대해 운항 결손액을 보조하는 항로를 말한다.
지난 1987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그동안 지원 업체 선정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다 지난 2008년 10월부터 경쟁입찰로 바꿨다.
경쟁입찰로 변경한 이유는 일정 금액 이상의 고액을 수의계약하면 특혜 시비 등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낙도 보조항로의 경쟁입찰 방식은 오히려 낙도를 오가는 선박들의 노후화와 관리 부실을 부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쟁입찰로 낙도 보조항로 선사를 결정하다보니 최저가를 써낸 영세업체들의 낙도 보조항로 진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선사의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선사들은 지원받은 보조금 범위 안에서만 인건비나 수리비 등 선박 운영비를 소화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해난사고 발생 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나이 든 선원들을 채용해 낙도 보조항로를 운영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선착장 시설이 열악한 낙도를 운항하다보니 낙도 항로의 여객선이 일반 항로보다 더 빨리 낡지만, 선사가 영세한 탓에 수리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여기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선박검사도 더 엄격해져 선박 수리비가 크게 오르고, 해운조합에 내는 보험료도 많이 올랐다.
그러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낙도 보조항로 결손 보상금은 지난 2013년 135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12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목포에서 낙도 보조항로를 운항하는 A 해운사는 "배는 갈수록 노후화하는데 올해 정부지원 예산은 지난해 수준으로 배정해 줬다"며 "일반 항로를 운항하지 않고 낙도 보조항로만 운항하는 업체들은 진작 손들었다. 일반항로에서 버는 돈을 보조항로에 넣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도 이같은 낙도 보조항로에 대한 경쟁입찰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이나 인건비 상승률 등이 반영돼야 낙도 보조항로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가 생기는데, 최저가 낙찰제를 하다보니 선사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그 수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이런 부분이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제 2의 세월호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다.
바로 지난 1993년 발생해 무려 292명이 숨진 '서해 훼리호' 사고다. 당시 '서해 훼리호'는 낙도 항로 보조금으로 운항했으나 보조금이 끊기자, 선사가 운영난 타개를 위해 정원 초과 등 무리한 운행을 감행하다 결국 참사를 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