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헤지펀드 전방위 압박…삼성, 합병 계산 복잡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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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펀드에 외국인 주주 동참 늘어

 

돌발 변수로 등장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본색을 드러내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작업이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엘리엇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지분을 가진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힘을 모아 삼성합병 작업에 반대하자고 여론몰이에 나서는가 하면, 현물배당을 요구하며 삼성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외국인 주주들은 엘리엇과 한배를 탈 의향을 내비치면서 삼성그룹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연기금(APG)이 합병 반대 뜻을 내비치는 등 외국인 주주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물산 우선주를 보유한 한 외국계 펀드도 우선주 주주만의 별도 주총 개최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3대주주인 엘리엇은이 지난 4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여론몰이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 지배구조의 약한 고리인 삼성물산을 공략하면 삼성이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삼성SDI(7.18%), 삼성화재(4.65%) 등을 합쳐 13.99%에 불과하다. 단일 최대주주로는 국민연금(9.98%)이 1위다.

엘리엇도 이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고 있다.

지난 5일 엘리엇은 국민연금에 서한을 보내 이번 합병이 주주에게 불합리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등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에도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엘리엇은 이미 주주제안을 통해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삼성물산 정관 변경도 요구했다.

이렇게 정관을 고치면 주주는 배당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주식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있는 삼성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계열사 지분을 줄일 순 없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이 33%로 높다는 점도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등 주요 주주들이 힘을 모아 표 대결에 나서면 지분율이 낮은 삼성에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외국인 주주들을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실제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또 7월 17일부터 8월 6일까지 예정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에 주식매수 청구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면 합병 계약을 해제하는 조항도 있다. 이는 삼성물산 지분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속성이 다양해 이들이 모두 통일되고 조직화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이 논란을 일으켜 주가를 띄운 뒤 차익을 내고 막대한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란 데 베팅하는 세력도 이미 등장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하루 동안 삼성물산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57만8171주(약 430억7000만 원)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갚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삼성물산 주가가 최근 이틀간 20% 이상 급등했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조만간 시세차익을 챙겨 떠나면 주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세력이 많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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