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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통곡의 강'으로 변해가는 중국 젠리현 양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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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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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가족들 "아빠, 엄마가 저 배에 탔어요…누가 좀 도와주세요!"
곳곳에 시신 수습 장면…중국정부, '제한적 접근취재' 허용

"아빠, 엄마, 이모, 이모부…우리 가족, 친척 5명이 저 배에 탔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4일 오전 5시30분. 최악의 선박사고가 발생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젠리(監利)현 양쯔(揚子)강변에서 30대 여성 예(葉)모 씨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이렇게 호소했다.

난징(南京)에 사는 그녀는 지난 2일 젠리현에 도착했다. 애타는 마음에 이틀간 잠도 제대로 못 자며 계속 구조현장 접근을 시도했지만, 당국의 불허로 아직 침몰선박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

예 씨는 "어제도 구조 현장으로 갈 수 있는 온갖 길목을 헤맸다"며 "그러나 강물 밖에는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금방이라고 벗겨질 것 같은 얇은 슬리퍼를 신은 채 위태롭게 좁은 제방길을 한 시간 넘도록 걸어갔다. 신고 온 신발은 다 젖어버렸다고 했다.

예 씨는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설명에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결국 몇 명이 구조됐느냐고 넌지시 물어보기도 했다.

여객선 '둥팡즈싱'(東方之星·동방의 별)이 침몰한 지점은 젠리현 현소재지에서도 수십㎞ 떨어져 있다.

중국당국은 사고현장에서 약 14∼15㎞ 떨어진 지점부터 일반 차량의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현장으로 연결되는 진입로는 하나뿐이다. 특히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차량 한 대가 비틀거리며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좁은 비포장 제방길이어서 현장 접근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당국은 가족들이 탑승한 전세버스에 대해 일부 구간까지의 진입을 허용했지만, 이곳에서 사고현장까지 가려면 약 1시간3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이 길은 며칠 동안 계속 쏟아진 비로 엉망이 된 상태다.

중국당국은 극소수 관영 매체를 제외한 일반 내외신 기자들의 접근도 통제하고 있다.

통제선 밖에서 구조 업무를 지원하는 한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은 "나도 마음대로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통제가 매우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당국은 다만 이날 현장 부근에 대한 '제한적 취재'를 허용해 내외신 기자 100여 명이 해경당국 등이 마련한 선박을 이용, 오후 2시11분께 현장에서 수백m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구조작업을 촬영할 수 있었다.

배가 침몰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배의 상태는 침몰했을 당시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구조대원들이 뒤집힌 채 바닥만 겨우 물 밖으로 드러낸 배 위에 올라서 절개작업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조작업은 이날 거의 온종일 내린 비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유일한 접근로인 제방길 곳곳이 유실됐고 강물은 많이 불어나 있었다. 양쯔강 전체를 덮은 자욱한 안개도 구조작업을 방해했다.

특히 강가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구조대원들이 불귀의 객이 된 승객들을 수습하는 장면이 잇따라 목격됐다.

일가족이 생사불명인 경우는 예 씨만이 아니다.

시부모와 딸이 사고 선박에 탑승했다는 한 젊은 여성이 "내 딸은 이제 겨우 세 살"이라며 통곡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가닥 희망은 이제 절망으로 변해가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구조작전에 투입된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사실상 생존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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