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선 처음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3차 감염자가 숨진 것으로 공식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4일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돼 대전 E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다가 전날 숨진 80대 남성이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메르스 국내 유입 보름만에 감염환자는 36명, 사망자는 3명, 3차감염자는 6명으로 늘어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숨진 36번 환자는 천식과 세균성 폐렴을 앓고 있었다"며 "발열과 호흡곤란 증상으로 지난 9일부터 E병원에 입원해 치료중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36번 환자는 지난달 28~30일 E병원의 6인실에서 16번(40), 23번(73), 24번(78), 31번(69) 환자와 함께 있었다.
16번 환자는 초발 환자인 1번(68) 환자로부터 평택 B병원에서 전염된 '2차 감염자'다.
E병원의 6인실에서 4명에게 3차 감염을 일으킨 것은 물론, 앞서 지난달 22~28일 있던 대전 F병원에서도 같은 병실의 30번(60) 환자까지 모두 5명을 전염시켰다.
16번 환자와 별개로 14번(35) 환자 역시 서울 시내 D병원 의사인 35번(38) 환자를 감염시켜, 국내 3차 감염자는 모두 여섯 명으로 늘어났다.
"감염 차수가 바뀌면 전염력이나 치사력이 극도로 낮아진다"던 당국의 설명과 달리, 3차 감염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치사율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증이다.
앞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닷새전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를 강조하며 3차 감염은 반드시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숨진 36번 환자를 포함해 4명의 3차 감염이 발생한 E병원은 지난달 29일부터 해당 건물을 모두 폐쇄해 환자나 의료진 이동을 전면 제한하는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따라서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차 감염'을 일으킨 14번째 환자나 16번째 환자 모두 당초 격리 대상에서는 빠져있던 '비(非)격리 확진' 환자들이어서, 당국의 구멍 뚫린 방역 대응에 대한 불신과 비판도 한층 커져갈 전망이다.
그동안 보건당국은 메르스 확진 환자나 사망자 발생 등 중요한 현황 집계를 이튿날 새벽 시간대에 대부분 발표해왔다.
하지만 36번 환자의 확진 사실은 이날 오후 유족들을 통해 언론에 먼저 공개되자, 어쩔 수 없이 이례적으로 '일과 시간'에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