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강제 노역 시설을 유네스코 산업문화 유산으로 등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유네스코 등재 추진 반대활동을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역사기행에 나선 한국 시민단체의 입국을 거부하고 공항에 4시간여 억류시키는 일이 빚어져 물의를 빚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6월 3일~7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군함도 등 흩어진 일제 강제 노역 시설을 돌아보는 나가사키 현장답사에 나섰으며 참가단은 모두 19명이다.
인천공항에서 3일 오전 7시 55분 발 저가 항공기 편으로 출발한 참가자들은 9시 10분께
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했고, 이후 9시 20분께 입국심사 장소로 발길을 옮겼으나 곧바로 심사를 거부당했다.
사전에 역사기행에 나선 참가자의 구체적 신상 정보와 명단을 입수하고 있었던 관계자들은 “상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어쩔 수 없다”며 대기할 것을 요구했고, 사실상의 억류상황이 빚어지자 시민모임은 10시 10분께 이 같은 상황을 외교부 콜센터를 통해 알리고 조치를 해 주라고 요청했다.
외교부는 이후 후쿠오카 총영사관을 통해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이번 억류사태는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유네스코 산업유산 등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시민모임 측은 밝혔다.
일본 입국심사 관계자는 ‘시민모임’ 이국언 상임대표 등 시민단체 관계자 3명에 대해 별도로 1시간여에 걸친 심문을 통해 입국경위와 일정, 행선지 등을 조사했다.
또, 일본 공안 관계자는 ‘하시마 섬에 언제 들어가느냐?’ ‘유네스코 반대활동 계획이 있느냐?’ ‘성명서를 준비하거나 발표할 계획이냐?’ ‘현수막을 준비했느냐?’ ‘문구 내용은 무엇이냐’ ‘유네스코 등재 추진 반대 문구는 없느냐?’ ‘시민모임이 어떤 활동을 해온 단체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은 “이번 방문은 시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강제노역의 아픈 현장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라며 “만약 일본 실정법을 어긴 일이 있다면 그에 따라 처벌하면 될 것 아니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공항 관계자는 항의가 이어지자 억류 4시간 만인 오후 1시 20분에서야 입국 절차를 재개했다.
일본 당국의 예상치 않는 억류사태로 시민모임은 계획된 일정을 대폭 축소하는 등 준비한 일정에 큰 차질을 빚었다.
시민모임은 일본 정부의 비상식적인 조치에 강력히 항의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행여 있을지도 모를 반대 활동을 이유로 외국인 방문객을 4시간여 억류한 것은 중대한 외교상의 결례이자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참가단에는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고 5학년 초등학생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고 시민모임은 밝혔다.
시민 모임은 단순한 우려 때문에 입국심사마저 거부한 것은 일제 강제 노역 시설이 포함된 유네스코 사업유산등재 추진이 그만큼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방증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주장했다.
시민 모임은 이와 함께 우리 외교부는 군색한 이유로 방문객을 4시간이나 억류한 데 대해 일본 정부에 이해할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 대응책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