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 후보자. 박종민기자/자료사진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법무장관 시절 수사를 지휘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본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상황이 됐다.
황 후보자는 "법률가로서 양심"을 언급하며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 및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했지만,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을 인정해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부각시키며 편파 수사를 둘러싼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수사팀 징계해 놓고 본인만 승승장구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한 황 후보자의 수사 지휘는 사실상 2심 판결로 상당부분 정당성을 잃었다. 그는 공직선거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의견을 묵살하고 원세훈 전 원장을 불구속 수사토록 지휘했다.
수사팀은 결국 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되 구속영장 청구를 포기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1심은 선거법을 제외한 국정원법(정치개입 금지 위반)만 적용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에 "정치개입은 했지만 선거개입은 하지 않았다"는 법원 논리가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터져나왔다.
이는 황 후보자의 논리와 상당히 유사했지만, 2심 판결에서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1심과 달리 2심 판결은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인정하고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례적으로 법정구속까지 이뤄졌다.
이런 판결이 나오기까지 검찰은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수사와 무관한 '혼외자 논란'으로 자리에서 쫓겨났으며, 수사팀은 징계와 함께 엉뚱한 지역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대법원 판결이 최종적으로 나와봐야겠지만, 사실관계를 다투는 2심까지만 봐서는 황 후보자의 개입이나 조치가 부당했다는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황 후보자는 현 정권에서 최장수 장관을 지낸 후 파격적으로 '50대 총리'로 발탁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 때문에 본인이 말한 "법률가로서 양심"에 정면으로 반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황 후보자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잘못을 바로 잡을 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 후보자는 이에 대해 총리실을 통해 "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해왔다.
윤석렬 前팀장 "보수는 더 준법해야"...증인은 난색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황 후보자의 부당한 수사 개입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지난해 국정감사때 윗선의 수사축소 지시 등을 폭로한 윤석렬 전 수사팀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윤 전 팀장의 출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황 후보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카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아직 의사타진을 해보진 않았지만 증인채택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우선 증인채택을 먼저 해놓은 뒤 설득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팀장은 현역 검사로서 청문회에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인사청문회는 국정원 사건 수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며 "청문회에 나가면 정치적 행보로 오해를 받고 수사의 정당성과 공정성도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선 "나는 원래 보수성향이지만, 보수는 더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수사를 진척시킨 것"이라며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데 나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황 후보자의 뜻대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면 '역사적인 사건'은 용두사미로 묻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지난 2005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삼성 X파일 사건에 등장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정관계 로비와 떡값 검사 의혹에 대해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금권정치에 메스를 가할 기회를 날렸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