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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서대필 사건, 법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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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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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인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 씨 (자료사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24년만에 무죄를 확정했다. 민주화운동 중 자살한 동료의 유서를 대필했다며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강기훈씨의 누명이 벗겨진 것이다.

하지만 강기훈씨가 24년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됐다는 것만으로 사법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은 아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우리 사법부와 검찰의 역사 가운데 가장 부끄러운 사건이다.

지난 1991년 시위도중 경찰의 구타로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 씨 사태로 전국적으로 정권 퇴진 운동이 벌어지자 국면 전환을 위해 정권차원에서 기획한 것이 바로 유서대필 사건이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시위사태를 막기 위한 반전 카드로 유서대필 사건을 기획했고 검찰은 정권의 요구대로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가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일한 증거는 유서의 필적이 강씨의 것과 같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결과였다.

하지만 유서의 글씨가 강씨의 필적과 같다고 감정했던 국과수 문서분석실장은 이후 다른 사건에서 뇌물을 받고 허위감정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과정에서 강 씨에게 유일한 증거는 철저히 은폐됐다. 강 씨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인과 자료는 고의로 외면했다.

재판과정에서 강 씨에게 유리한 증거와 증인의 증언은 모두 배척됐다. 검찰도 재판부도 유서대필 사건을 유죄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됐던 것이다.

강 씨가 3년간의 실형을 살고 나온 뒤 계속된 재심청구는 검찰로부터도 법원으로부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07년 11월 진실화해위가 국가의 사과와 재심조치를 권고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뒤에야 재심절차에 들어갈 수 있었다.

24년이 지난 오늘에야 강 씨는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지만 당시 국가권력이 어떻게 한 청년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는지 그 과정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강 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무죄를 위한 고독한 싸움을 하는 동안 유서대필 사건을 기획하고 주도했던 인사들은 승승장구했다.

검찰은 심지어 지난해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재심에서 강 씨의 무죄가 선고되자 대법원에 상고까지 하며 자신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려했다.

법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검찰과 사법부의 사죄와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강기훈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부끄러운 사법의 역사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법의 정의가 다시 서기 위해서는 검찰이 법원이 그리고 국가권력기관들이 한 개인의 인생을 짓밟은 사법살인행위에 대해 고백을 하고 용감하게 진실을 밝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강기훈 같이 사법폭력에 희생당하는 억울한 국민이 나오지 않고 검찰의 법집행과 사법부 판단에 대한 신뢰를 보낼 수 있다.

법의 정의를 다시 세우는 일은 강기훈 씨의 무죄로 끝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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