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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없이 기술력을 평가해 은행대출을 해주는 기술금융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금융정책으로 지금도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금융 대출기업 10곳 중 7곳은 기존 은행 거래기업으로 분류됐고 신규 기업대출은 미미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실적 부풀리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은행권의 대환실적을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제외하거나 비중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 대환대출, 은행 혁신성평가에서 제외되거나 비중 낮아질 듯
기술력을 평가해 은행자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 신용대출액이 지난 2월말 13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술금융 대출이 시작된 지난해 7월과 비교할 때 무려 70배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은행권이 자율로 기술력을 판단해 대출한 액수는 9조9천823억원이었다. 지난해 7월 은행자율 대출액은 309억원에 불과했다.
은행이 기술금융 대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의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기술금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일반·지방·특수은행으로 나눠 혁신성 평가를 실시해 순위를 공개하고 있다. 평가지표는 기술금융 40%, 보수적 금융관행개선 50%, 사회적 책임이행 10%로 돼 있다.
기술금융 우수 은행에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출연료 등에서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혁신성 평가결과는 임직원 성과 평가에 연동돼 성과급에도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기술금융 규모를 늘리기 위한 은행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기술금융 실적 욕심에 이미 좋은 조건의 이율로 대출을 받고 있는 기업을 기술금융으로 끌어들이고 있기도 하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현재 시중은행 기술금융 대출의 66.9%는 이미 거래하고 있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로 파악했다.
새로 발생한 대출의 상당 부분도 다른 은행의 고객을 유치한 것이고 신규 기업대출은 미미하다.
금융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에서 은행권과 전혀 거래가 없다가 새로 들어오는 차주는 드물다”면서 “해당은행이 기존 거래기업을 기술금융으로 그대로 가져가거나 다른 은행에서 유치하는 경우로 나뉜다”고 말했다.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기술금융으로 갈아타지 않아도 될 기업들이 기술금융 대출을 받을 경우 해당기업은 기술신용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평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기술금융이 필요치 않은 기업까지 기술신용평가를 신청하면 기술신용평가사의 평가자원 한계로 기술금융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대한 평가가 더욱 부실해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적 부풀리기 우려가 확산되자 금융위원회는 기술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분야’ 중 대환 부문을 개선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금융 대환대출 등과 관련해 “불필요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부 실적을 빼거나 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금융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경우 기술금융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