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매질당하며 3년간 혹사…죽을고비도 수차례 넘겼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2015-05-09 17:3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90대 일본 탄광 노역 피해자 눈물흘리며 '강제동원 시설 세계유산 등록'에 분개

 

'15세 소년은 몸이 아파서 하루 쉬려다가 두들겨 맞았네. 몽둥이로 맞고서 굴 안에 끌려와서 천장이 무너져 이 세상 이별했네.'

그렇게 죽은 동료를 옆에 두고 일본인 감독관의 몽둥이질에 죽은 사람을 옆에 두고 석탄을 담아내야 했던 일본 탄광 강제노역 노동자들의 구전 노래 중 일부다.

'지옥 섬' 나가사키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 나가사키 미쓰비시조선소 등 일본이 강제노역 시설로 판명된 7곳을 포함한 탄광, 조선소, 제철소 등 23곳을 산업혁명의 역사적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당시 강제노역에 동원돼 피해를 입고 이제는 구순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된 피해자가 9일 다시 증언대 서 사실상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증언을 쏟아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다'는 주제로 이날 광주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첫 번째 증언에는 공재수(92) 할아버지가 노구를 이끌고 연단에 섰다.

그는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나가사키 하시마 탄광·미쓰비시 조선소 등과 함께 대표적인 강제노역 지옥 탄광으로 꼽히는 나가사키현 아소 탄광에서 3년 동안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며 강제 노역하다 해방이 되고 나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비록 이번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상에서는 제외된 곳이지만 아소 탄광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할아버지가 설립한 족벌기업이 운영하던 곳으로 7천996명이 강제동원되고 사망자가 56명으로 단일 탄광으로는 가장 많은 동원자와 사망자 숫자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공 할아버지는 지난 1943년 22살의 나이에 나가사키에 위치한 그곳에 끌려가 채탄부로 꼬박 3년을 몽둥이질과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 일하다 해방이 되고 나서야 풀려났다.

당시 아소 탄광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공 할아버지는 찜질방을 방불케 하는 비좁은 막장에서 매일 12시간 이상씩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일했다.

막장 안은 찜질방과 같이 온도가 치솟았고, 하루 두 끼 제공되는 음식은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 찌꺼기에 무국이 전부였다.

걸음도 떼지지 않는 정도로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다 탄광 안에서 일본인 감독관의 눈초리를 피해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고, 그러다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기기도 했다.

탄광 기둥 밑에서 쓰러진 어느 날, 꿈에 나타난 어머니가 공 할아버지의 이름을 부르자 너무 반가워 잠에서 깨 어머니를 부르며 뛰쳐나갔는데 그 순간 기둥이 주저 앉자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매일 정화수를 떠 놓고 아들의 무사 귀환을 빈 어머니를 생각하며 92살의 백발노인은 눈물을 훔쳤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어머니가 어렵사리 보내준 떡이 소포로 도착한 날 공 할아버지는 도망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멀리 가지 못하고 다시 붙잡혀와 일본인들에게 갖은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다시 막장으로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들은 매질도 직접 하지 않고 동료 조선인들에게 매질을 시켰다.

그는 "매질하면서 조선인은 거짓말만 하고 신용이 없다 비하하고 자신들은 정직하고 성실하다고 추켜세웠다"며 "그러나 현재 하고 있는 일본인의 행태가 거짓말과 위선이다"고 강제동원 시설 세계유산 등록 추진 등의 행동을 비난했다.

공 할아버지는 일본인들이 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며 장티푸스 병에 시달리던 자신을 돕다 전염병에 옮아 죽은 일본인 간호사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몇 해 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귀빈석에 앉아있던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얼굴을 보고 취임식이 열리는 연단으로 뛰쳐 올라가 멱살이라도 잡고 심정을 참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놓을 만큼 70여년이 지나도 당시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공 할아버지는 "(강제동원 시설 세계유산 등록 등) 일본의 현 행태를 보면 분하기가 이를 데 없다"며 "이대로 죽은면 안 되겠다 싶어,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증언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