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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눈치·실속·정성 사이…5월은 '마이너스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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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에 살면서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주부 강모(44)씨는 '5월의 날들'을 위해 이미 110여 만원을 썼다.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을 위한 용돈 50만 원과 스승의 날 학교 선생님은 물론 학원 강사들 선물까지 30만 원, 어린이날 자녀 선물, 그리고 기념일 외식비를 더해보니 '출혈'이 컸다.

강씨는 "남편 월급만으론 빠듯해 보너스가 5월에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5월엔 결혼식도 많아 6~7월에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만 받고 편의점 주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대학생 권현준(21)씨에겐 가정의 달 지출이 더욱 부담이다.

매달 30만 원을 벌어 교통비와 식비로 거의 쓰는 처지임에도, 지난 7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드릴 양말 네 켤레를 샀다.

"힘들다고 이런 날들을 모른 체하면서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

나중에 더 큰 돈을 벌면 그때는 신발이라도 사드리고 싶다는 권씨의 말이다.

◇ '등골브레이커'의 달 5월, 선물 고르는 고민, 고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로 이어지는 가정의 달 5월은 '마이너스의 달'로 통한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날'이라는 인식 속에, 이른바 '등골브레이커'로 불리는 고가의 선물들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고민도 깊어진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선물 품목이나 가격대를 묻고 답하는 질의응답이 흔하다.

(자료사진)

 

어버이날의 경우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현금'이 꼽히는 가운데, 10만원을 마련했다는 회사원 한동우(23)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10~20만 원은 어버이날 선물의 기본'이라는 설문조사를 보고 금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진희(31·여)씨도 "선물로 꽃을 드려도 부모님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제는 꼭 현금으로 드린다"며 '현금 대세론'을 따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어버이날의 상징인 카네이션도 최근엔 실속을 따져 카네이션 모양의 비누나 양초로 대체되기도 한다.

자녀 교육이 주된 관심인 학부모 사이에서는 스승의 날 선물이 화두인데, '가벼운 선물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비용도 비용이지만 선생님도 선물을 꺼린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최근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스승의 날 지출 계획이 '있다'는 응답과 '없다'는 응답이 절반씩을 차지했다.

서로에게 부담이 되기보다는 정성이 오가는 감동의 선물은 무엇일지, 5월의 고민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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