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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미국에만 사죄 아시아는 무시…新 탈아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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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맹된 것은 잘한 일, 진주만공습 깊이 회개"…위안부 등은 언급도 안 해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난 나흘간의 언동에서 나타난 일관된 특징이다.

이번 방미 일정의 정점이라 할 29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대표적이다.

아베 총리는 연설의 도입부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던 기시 노부스케의 말을 인용하는 ‘역발상’을 취했다.

1957년 당시 총리였던 기시는 미 하원 연설에서 “일본이 자유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은 민주적 원칙과 이상에 대한 확신 때문”이라는 말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아베 총리는 이를 언급하며 “돌이켜볼 때 진심으로 좋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일본이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이고, 그것은 외조부(기시)의 말처럼 미국과 동맹이 되어 서방세계의 일원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워싱턴DC의 2차대전 기념 조형물인 ‘자유의 벽’을 다녀온 사실을 소개하고 “그 벽에 4천개 이상의 금빛 별들이 있는데 하나의 별마다 전사한 군인 100명을 뜻한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인들의 가장 큰 트라우마인 진주만 공습을 언급하며 “깊이 회개(deep repentance)하는 마음으로 한동안 거기에 서서 묵념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2차 대전 후 폐허가 된 일본을 위해 미국이 우유와 스웨터, 염소 등의 구호물품을 보내준 사실도 거론하며 확실히 무릎을 굽혔다.

아베 총리의 이런 모습은 “침략의 정의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고 했던 기존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와 확연히 다른 것이다.

그는 A급 전범 등을 처결한 극동군사재판에 대해서도 “연합국이 승자의 판단에 따라 단죄했다”는 등 전후질서를 부정하는 극우적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한 트루만 전 미국대통령이 전범이 돼야 하기 때문에 미국 조야의 깊은 우려를 샀다.

하지만 안방에서의 그런 거침없는 언행들도 미국에 오자 180도 달라졌다.

그는 앞서 알링턴 국립묘지는 물론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에 헌화했고, LA에선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으로 이뤄졌던 부대의 기념비에도 꽃을 바친다.

2차대전 승전국이자 지금도 초강대국인 미국의 ‘불침항모’를 자임함으로써 패전국 꼬리표를 떼고 동아시아의 패권을 다시 거머쥐겠다는 처열한 생존술이다.

중국을 적으로 하고 한국도 배제한 채 미국과 밀착하려 한다는 점에서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사회를 지향한다던 메이지 유신 시대의 탈아입구(脫亞入歐)론을 연상케한다.

이처럼 아시아를 경시하는 사고는 29일 의회 연설에서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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