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자료사진 (사진 = 스마트이미지 제공)
권장소비자 가격표시제가 부활한지 4년이 가까워오지만 과자와 라면, 아이스림 등 품목에서 가격이 표시된 제품은 10개 중 4개에 불과했다. 가격표시제가 유명무실화되면서 할인율이 뻥튀기되는 등 가격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29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소장 최현숙)가 시중에서 판매 중인 과자와 라면, 아이스크림 등 10개사 186개 제품의 권장소비자 가격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43.5%(81개 제품)만 가격이 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리서치가 2년 전 동일품목을 조사한 결과(60.2%)와 비교해보면, 표시율이 무려 16.7%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권장소비자 가격표시제는 지난 2011년 오픈 프라이스제도가 폐지되면서 다시 부활한 제도다. 당초 오픈 프라이스제는 최종 판매업자가 실제 판매가격을 결정하고 표시토록 해 자율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가격혼란 등 부작용이 심해 폐지됐다.
권장소비자 가격표시제가 부활한지 4년이 다되가지만 식품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해 가격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품목 별로는 과자류의 가격 표시율이 77.0%에서 53.3%로 23.5%포인트 떨어지는 등 가장 심했다. 롯데제과의 ‘립파이’ ‘도리토스’, 오리온의 ‘고소미’ ‘촉촉한초코칩’ ‘카메오’, 크라운제과의 ‘버터와플’ ‘크라운산도’ ‘쿠쿠다스’ 해태제과의 ‘구운감자’, ‘홈런볼’, ‘오사쯔’ 등 31개 제품에서 가격 표시가 사라졌다.
라면류에서 가격이 표시된 제품은 51.5%에서 45.5%로 6% 줄어들었다.농심의 ‘육개장’, 삼양식품의 ‘맛있는라면’, 팔도의 ‘틈새라면’ 등 3개 제품이 가격 표시를 없애버렸다.
아이스크림 및 빙과류 가운데 가격을 표시한 제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31개 제품 중 가격을 표시한 제품은 해태제과의 '탱크보이' 하나였다.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아이스크림 반값 세일' 등 할인행사를 자주 볼 수 있었던 이유다. 할인률 뻥튀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것이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최근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는 업체들이 이처럼 가격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오픈 프라이스의 폐해가 심각해 정부가 제도를 폐지한 만큼 권소가 표시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권장소비자 가격이 표시된 제품이 이번 조사에서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면서 조사 표본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가격표시 제품을 계속 늘려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