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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국 이미지 세탁… 아베의 정교한 美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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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총리 (자료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보스턴에 도착해 6박 7일간의 방미 일정에 들어갔다.

아베 총리는 도착 직후 JFK도서관을 방문한 뒤 이날 저녁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만찬을 함께 하는 등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1주일가량 아베 총리의 행보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단연코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다.

일본 총리로서는 최초이며, 과거사에 대해 어느 수준의 언급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현재까지는 전망이 밝지 않다. 아베 총리는 최근 반둥회의 연설에서도 '식민 지배와 침략'이나 '사죄' 등의 표현은 피해갔다.

다만 아베 총리는 미 의회 연설 외에도 최소 2~3차례의 강연이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과거사를 사죄할 '기회'가 있다.

27일(현지 시간) 오전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강연 및 질의응답이 예정돼있고 28일 오후에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갖는다.

미 의회 연설이 끝난 29일 오후에도 사사카와 재단 심포지움에서 '일본의 국제적 역할'과 관련한 강연 일정이 잡혀있다.

아베 총리로선 의회 연설뿐만 아니라 대학 강연 등의 여러 계기를 통해 과거사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예컨대 의회 연설에선 과거사에 대한 직접 사과를 하지 않는 대신,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 강연에선 여러 차례에 걸쳐 언급함으로써 일본으로선 이제 할 도리를 다 했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표에는 '전범국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한 이벤트들이 정교하게 배치돼있다.

그는 27일 오후 보스턴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해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한 뒤 곧바로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저녁에는 미일 양국 관계자들을 위한 만찬에 '바탄 죽음의 행진' 미군포로 생존자를 초청해놓았다.

바탄 죽음의 행진은 1942년 태평양 전쟁 초기 필리핀 바탄 반도에서 일본의 기습공격으로 포로가 된 미군과 필리핀군 7만명을 물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9일간 100㎞의 밀림 속을 행군 시켜 2만명 가까이 숨지게 잔악행위다.

그 희생자를 예우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전범국가에서 평화국가로의 변신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방미 6일째인 다음달 1일 로스앤젤레스(LA) 일정도 이에 못지 않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으로 구성됐던 부대의 기념비에 헌화하고 일본계 미국인 박물관 시찰과 리셉션을 가진다.

자신의 혈연적 조국을 상대로 싸웠던 일본계 부대에 헌화함으로써 전범국 이미지 세탁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에 패배를 안겨준 미국에 대한 메시지만 있을 뿐, 주변 아시아 국가에 대한 사죄는 찾아보기 힘들다.

27일 홀로코스트 박물관 방문 일정이 있긴 하지만 단순 방문에 그치는데다, 이 시설은 일본의 전쟁 범죄보다는 나치 독일의 유태인 학살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점에서 요식행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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