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 일정을 위해 비행기에 오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유튜브영상 캡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보스턴에 도착해 미국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존 F 케네디 도서관을 방문한데 이어 저녁에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함께 존 케리 국무장관의 사택에서 만찬 회동했다.
케리 장관이 아베 총리를 자신의 고향으로 초청한 것은 양국 관계의 친밀도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아베 총리를 파격적인 예우로 맞고 있다. 이번 방문은 '공식 방문(official visit)' 형식이지만 미국 정부는 영접에서 부터 백악관 만찬까지 '국빈방문(state visit)'에 준하는 예우를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 보스턴 마라톤 테러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하버드대에서 강연도 한다. 그리고는 워싱턴으로 떠난다.
아베 총리는 워싱턴에서 2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협력 강화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촉진 등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 가운데 백미는 오는 29일 미 상하원 합동 연설이다. 일본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간 흔들림 없는 미일 동맹을 강조한 뒤 양국 안보 협력을 전세계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등 국제 사회의 관심은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인식과 발언의 수위이다.
미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의원 25명은 지난 23일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라는 내용의 연명 서한을 작성해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에게 보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잇따라 아베 총리가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기사를 싣은 바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7) 할머니가 직접 워싱턴을 방문해 아베 총리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아베 총리의 첫 도착지인 보스턴으로 가 성노예로서 겪은 끔찍했던 경험을 증언하고 "양심적으로, 법적으로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여전히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뒷전으로 미룰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과거사에 대한언급을 아예 하지 않거나 '반성한다'는 식으로 애매한 언급에 드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보다 강화된 미일 동맹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반둥회의에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해 반성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식민 지배와 침략'과 '사죄' 등의 표현은 하지 않았다.
한편 아베 총리는 30일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실리콘밸리 기업을 방문하고 다음달 1일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일관계 개선에 기여해온 일본인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