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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들, 강신명·구은수 경찰 수뇌부 '차벽 논리' 정면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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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폭력 예단, 오히려 충돌 키웠다"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 대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 중 세종로를 둘러싼 경찰차벽에 막혀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경찰이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 결정을 내린 차벽(車壁)을 동원해 집회를 막아선 것과 관련해 대학교수 등 법학자들이 경찰 최고 수뇌부를 향해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현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반정부 집회에 대해 경찰이 법적 근거도 없는 논리를 내세우며 오히려 법치주의 국가에서 초법적 발상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회나 시위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경찰버스를 이용해 일정 장소를 빙 둘러치는 '차벽'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 수뇌부의 안일한 대응과 정권 눈치보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날선 비판도 제기했다.

◇ "차벽도 질서유지선?" "경찰대 출신인지 자질을 의심해야"

지난 18일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은 경찰이 광화문 광장 인근을 경찰버스로 막아서면서 집회참가자와 경찰간 거센 충돌이 일어났다.

경찰버스 71대가 파손되고 의무경찰 등 경찰관 74명이 다쳤으며 유족과 집회 참가자 100여명도 부상을 입었다. 특히 당일 경찰에 연행된 사람만 유족을 포함해 100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문제는 경찰이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결정을 내린 '차벽'을 동원해 유가족이 농성중인 광화문 북단을 에워싸고, 또 이에 항의하거나 추모행사에 참여하려는 일반 집회참가자의 행진도 차벽으로 막아서면서 충돌이 빚어졌다는 것.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에 대학교수 등 법학자들은 경찰이 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권 코드맞추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먼저 법학자들은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집시법 2조5호에 규정된 '질서유지선'에 띠, 방책(防柵), 차선(車線) 등의 경계 표지(標識)는 물론 경찰버스도 포함된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4월20일자 CBS노컷뉴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 "차벽도 표지"…과잉해석 논란')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구은수 서울청장은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버스는 현행법상 질서유지선에 해당하는 표지(標識)로 볼 수 없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히 질서유지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 청장은 또 "차량이 운송 수단으로만 사용되냐?"며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면서 무엇이든 사용 못하겠나? 필요하면 다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9월 1일 강신명 경찰청장 역시 "차벽도 집시법에 다른 폴리스라인의 법적성격을 지닌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경찰청은 "경찰청 집회시위TF는 차벽은 장소나 구간을 일정하게 구획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며 이를 통해 경찰 및 일반인과 충돌을 최소화해 집회를 보호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폴리스라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또 '버스나 순찰차량, 정복 경찰부대 등 다양한 방식의 폴리스라인을 인정한다'는 이화여대 김유환 법학 교수의 연구자료도 인용했다.

하지만 많은 법학자들은 최루탄이 난무했던 90년대 시위 문화 속에 나온 연구자료를 가지고 경찰이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청장과 본청장이 법을 전혀 모르고 얘기를 하고 있다"며 "특히 경찰대 출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자질을 의심해야 할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한 교수는 "집시법에서 질서유지선에 속한 '기타'는 열거한 수준에 비춰 해석이 가능한 가벼운 표지판 정도의 수준이어야 한다"며 "법해석의 기본도 모르고 차벽도 질서유지선에 포함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서울청장과 경찰청장이 사과를 해야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 교수는 또 "헌재에서도 위헌 결정을 내린 차벽은 '이 선을 넘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를 그만두라는 취지"라며 "현행 집시법의 취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차벽은 집회·시위를 제한하기 위해서 운용되고 있어 집시법이 규정하는 질서유지선으로 볼 수 없다"며 "다른 기본권이나 법익을 무시한 채 집시법 설치목적과도 맞지 않은 과장해석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또 "질서유지선의 목적은 집회참가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통행권과 교통권을 보장하면서 조화를 이루자는 것인데 차벽은 집회참가자는 물론 일반인의 통행권도 제한한다"며 "경찰 수뇌부의 해석은 억지이자 견강부회"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구은수 서울청장과 강신명 경찰청장 모두 헌재의 위헌 결정을 따를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재량권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 수준도 못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법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집시법에 규정된 '질서유지선'에 '차벽'을 포함시켜 경찰버스를 이용해 특정 집회를 막아서는 것은 법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앞서 지난 2011년 6월 헌재는 "경찰버스로 차벽을 만들어 시민들의 통행을 전면적으로 통제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며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경찰의 (차벽) 통행제지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일반시민들의 통행조차 불허하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극단적인 조치였다"며 "(차벽 설치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 "질서유지선이라 주장하는 차벽이 오히려 질서파괴선 역할"

경찰은 지난 19일 이례적으로 경찰청 대변인 명의로 브리핑을 열고 세월호 추모집회를 '4.18 불법·폭력 집회'로 지칭하면서 "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전원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 관계자는 "특정 전문 시위꾼이 세월호 추모객들에 섞여 '청와대로 진격하자'는 집회 목적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선동을 했다"며 "차벽 설치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위대가 주요도로를 점거해 대규모 교통불편이 초래될 것이 명백했고 차도로 시위대가 먼저 뛰어들어 차벽으로 막을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법·폭력집회를 해산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경찰의 이같은 설명도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차벽이) 질서유지를 위해 세운 방책이라면 필요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단순 혼잡을 우려해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버스로 막아버리면서 오히려 충돌이 더 크게 일어났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시민들 대다수는 광화문 광장에 분향을 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라는 정당한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서울시청에서 출발했다"며 "오히려 경찰이 차벽으로 막아서면서 사람들이 운집했고 경찰과의 충돌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집회는 여러 사람들을 향해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인데 경찰이 폭력이 의심된다고 일방적으로 예단해 차벽으로 막아섰다"며 "질서유지선이라고 주장하는 차벽이 오히려 '질서파괴선'이 됐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이어 "헌법 하위개념에 집시법이 있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언론출판의 자유처럼 강하게 보호하라는 것"이라며 "집시법의 본래 취지도 경찰이 일방적으로 집회를 해산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를 잘못된 패러다임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폭력집회 우려라는 것은 경찰과 충돌이 발생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집회목적 자체가 특정 대상물로 쳐들어간다든지, 각목을 들었다든지 하는 폭력성을 수반하는 것"이라며 "경찰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평화적 집회를 보호해야하는데 아예 차벽으로 봉쇄하니까 집회시위의 권리가 침해됐고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희 교수도 "헌재에서 지적한 '마지막 수단'이라는 판단이 서려면 위험이 실질적으로 발생해야 한다"며 "하지만 경찰은 세월호 집회가 열리기 전부터 미리 차벽을 설치해 물리력을 과시했고 이는 국가 긴급권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보학 교수 역시 "현실적으로 두개의 적대적인 세력이 인접한 곳에서 집회를 열어 양측이 충돌할 우려가 클 때 경찰이 인벽 혹은 차벽으로 막았다면 최소한 양해가 되겠지만 세월호 추모집회는 경찰이 폭력을 함부로 예단해 충돌을 키운 게 맞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경찰 입장에서는 청와대와 공안라인 등 윗선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것"이라며 "결국 경직된 대응이 과잉대응으로 이어졌고 집회 성격을 함부로 예단해 불법과 폭력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흐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참사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지난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경찰의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차벽 설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과도한 경찰력 행사는 정권말기 증상"

강신명 경찰청장 (윤성호기자)

 

반정부 집회에 대해 차벽부터 세우고 보는 경찰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상희 교수는 "경찰대 2기 출신인 강신명 청장이 경찰대 존재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며 "정통 루트를 통해 본청장이 된 만큼 지켜야 할 법을 염두해야 하는데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또 "집회·시위의 자유에 위헌적 대응을 하는 경찰청장은 물론 행정자치부 장관까지도 탄핵소추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특히 "경찰 등 국가권력을 가진 집단이 강경론을 펼친다는 것은 정권 말기에나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경찰이 집시법 입법 취지를 의도적으로 곡해해 억지로 법적 정당성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보학 교수도 "현재 세월호 정국은 정치권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 사회문제로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며 "경찰청장 등 수뇌부들은 시위를 엄단하겠다고 시민들만 위협만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청와대와 정치권을 향해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게 오히려 경찰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호중 교수 역시 "지난 정부는 물론 현정부도 떼법 논리를 강조하며 일종의 사회적 저항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며 "경찰의 과잉대응은 세월호 뿐만 아니라 노동자 문제 등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강신명 경찰청장은 2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할 예정이어서 세월호 추모집회 '차벽' 논란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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