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사진=유튜브영상 캡처/자료사진)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을 태운 배 위에서, 이슬람교인들이 기독 교인들을 바다로 던져 1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14일 리비아에서 105명의 난민을 태우고 출발한 고무보트 위에서 기독교인 12명을 바다에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무슬림 1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기독교인 난민들을 바다에 던진 무슬림 난민들은 세네갈과 말리 출신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가나와 나이지리아 출신의 기독교인들을 바다에 던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들은 경찰에서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인간 사슬까지 만들어 살아남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해당 배를 구조해 시칠리아 팔레르모 항구로 이동시켰다.
경찰은 이들에게 종교적 혐오에 따른 살인 혐의를 적용해 가중 처벌할 수 있을지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리비아 등 분쟁 지역에서의 이탈리아 밀입국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열악한 선박 사정으로 인한 인명 사고와 유럽연합(EU)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리비아는 위치상 유럽으로 진입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밀입국한 난민이 지난 주말에만 1만여명을 웃돌 정도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하면서 리비아에서의 밀입국이 더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8년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와 카다피 전 대통령이 불법이민을 막기 위한 리비아 항구 통제와 리비아에 대한 50억 달러 투자를 상호 조건으로 하는 협약을 체결하면서 한동안 리비아 발 난민 수가 급격히 감소했지만, 카다피 축출 이후 불법이민이 다시 늘어났다.
또다른 이유로는 이탈리아의 난민 구조 프로그램인 '마레 노스트룸'의 종료가 꼽힌다.
마레 노스트룸은 지난 2013년 밀항선의 전복 사고로 한번에 349명이 죽는 참사가 발생하는 등 난민 인명 사고가 빈번하자 이탈리아가 시행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3년 한 해에만 16만명 이상의 난민이 구조됐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난민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데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EU가 자금 지원을 중단함에 따라 마레 노스트룸은 지난해 10월 종료됐다.
이번 종교 갈등 사건을 계기로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은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 밀입국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우리치오 가스파리 상원의원은 "정부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이탈리아에 들어와 잠재적인 테러 위험을 키우도록 놔두고 있는 셈"이라면서 "국가의 개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권단체 등 국제 여론은 EU가 난민 인권 문제에 눈감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제 앰네스티 등은 성명을 통해 지중해에서 희생되는 난민의 급증은 EU의 무관심 때문이라면서 현재의 수색 및 구조 작업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또한 EU에 대해 난민 희생을 방지할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U는 이에 대해 재정난을 호소하면서도 "난민 유입 폭주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서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을 고민할 것이라고 14일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