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뇌물상자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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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 들어보죠.

◆ 김성완> 어제 인터넷이 한 비타민 음료상자 얘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는데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할 때 바로 이 음료상자를 이용했다,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뇌물상자의 변천사, 그 행간을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가장 궁금한 것은 이제 비타민 음료 상자에 과연 3,000만원이 들어갈 수 있느냐, 이 부분이었어요.

◆ 김성완> 맞습니다. 언론과 네티즌이 굉장히 호기심이 많잖아요, 사실은.

◇ 박재홍> 그렇죠. 그런데, 금세 풀렸더라고요.

◆ 김성완> 그렇습니다. 언론사마다 음료상자를 구해서 실험해보느라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는데요. 보통 은행에서 현금 같은 경우에는 띠지로 100매씩 묶여지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러니까 5만원권 100매면 500만원이 되는데 돈다발을 직접 상자에 이렇게 넣어봤습니다. 6개를 넣어보니까, 이 장면 보고 저도 깜짝 놀랐는데 3,000만원을 넣고도 공간이 넉넉하게 남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3,000만원을 아래에 깔고 그 위에 음료수병을 1줄 쌓아도 아주 충분하게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돈으로 상자를 꽉 채우면 얼마가 들어갈까? 이 부분이 언론마다 설왕설래를 하고 있는데요. 어떤 언론은 5,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이러고 어떤 곳은 한 7,000만원 정도다, 이런 추측도 하던데요. 제가 이렇게 들어가는 공간을 대략 보니까 7,000만원까지도 충분히 들어가겠더라고요.

◇ 박재홍> 이런 와중에 이제 해당 비타민 음료를 생산하는 제약회사 주가도 올랐다, 이런 얘기도 있던데요.

◆ 김성완> 제가 살펴보니까 오전 한때 한 5%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었는데 장마감 때는 조금 떨어졌더라고요. 한 2.4% 상승한 채 마감을 한 모습을 봤는데요. 이번 논란이 제품 홍보에 얼마의 영향을 줬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한테 주목을 끌었던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회사 광고 모델이 가수 수지잖아요. 수지가 광고한 것보다는 제품 홍보하는데는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 부분도 궁금한데요. 강장음료나 비타민 음료 같은 경우에는 주는 사람도 그렇고 받는 사람도 그렇고 부담없는 그런 거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앞으로 이거 들고 가면 돈 들어간 거 아니야, 이렇게 의심할 수 있으니까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는데 정반대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놀이의 한 일환으로 비타민 음료를 선물하는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실은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박재홍> 그리고 비타민 음료상자가 아니라 봉투에 담아서 돈을 줬다, 이런 보도도 있지 않았습니까?

◆ 김성완> 한 일간지가 보도를 해서 그것도 또 주목을 끌었는데요. 이것도 직접 실험하는 장면들이 동영상으로 돌고 했습니다. 편지봉투에 돈다발 6개는 무리가 있는 것 같고요. 서류봉투에 넣어보니까 아주 넉넉하게 들어가더고요, 제가 보니까. 3,000만원까지 충분하고 한 5,000만원 정도까지 충분히 들어갈 것 같은데. 돈 봉투 말고 쇼핑백도 사실은 등장을 했어요.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줄 때 쇼핑백에 넣어서 전달했다, 이런 보도가 있었는데 이것도 검증이 이루어졌습니다. 뭐 작은 쇼핑백인데요. 1억원 정도는 넉넉히 들어갈 정도가 아닌가. 3,000만원은 뭐 밑에 깔 정도밖에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공간이 크게 남아있더라고요.

◇ 박재홍> 온 나라가 뇌물을 어떻게 줄 수 있나 실험하는 것 자체가 슬픈 현실인데 그동안 사과상자가 뇌물상자의 대명사로 많이 알려져 있었고. 뇌물 주는 방식에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 김성완> 방금 전에도 말씀하셨던 것처럼 부패한 사회의 서글픈 현실인데요. 참 초라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사과상자가 처음 일반에 회자가 되기 시작한 게 1997년도에 있었던 한보비리 사건이었습니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시작이 되면서 그 이전에는 수표로 그냥 한 장 주면 됐던 것이 이제는 현금으로 상자째 주는 이런 방식이 등장을 했던 건데요. 당시 정태수 회장이 사과상자에 1만원권 지폐를 가득 넣어서 정관계 인사들한테 돌리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주 특별한 사과이니까 잘 드십시오"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그때 사과상자를 보고 온 국민들이 다 충격에 빠졌었죠. 이때도 또 얼마가 들어갈까 실험을 해보곤 했었는데요. 사과상자에는 2억 4,000만원, 라면상자도 실험을 했는데 라면상자에는 1억 2,000만원이 들어가더라, 이런 게 화제가 됐었습니다. 그러면 왜 하필 사과상자였을까 이런 거였는데요. 지금과 논리는 똑같은 것 같습니다. 뇌물은 눈에 잘 안 띄고 운반하기가 편해야 되는데 그때 과일상자 선물하는 것은 큰 흠이 되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과상자가 선택이 됐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당시에는 5만원권이 없고 1만원권이 있었으니까 그 정도였지. 만약에 5만원권이 있었으면 또 엄청난 금액들이 오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러면 한보비리 사건 이후에는 가급적 사과상자를 이용하지 않았겠어요.

◆ 김성완> 이게 사과상자는요. 뇌물의 전설 같은 겁니다. 2002년도 차떼기 사건 기억하시죠? 그때도 사과상자가 있었습니다. 한보비리 사건 이후에 사과상자가 사실 용도 폐기가 되는가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왜냐하면 주목을 받으면 안 되니까, 뇌물을 전달할 때는. 그래서 98년도에 세풍사건이나 2000년도에 진승현 게이트 같은 경우에 여행용 트렁크나 골프가방에 현찰을 가득 담아줬거든요. 사과상자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차떼기 사건을 보니까 현금을 가득 채운 사과상자를 트럭이나 승합차에 넣어서 차째 통째로 넘겨주더라, 그래서 사과상자가 다시 회자가 됐었죠.

◇ 박재홍> 이것보다 더 큰 충격이었죠, 사실은.

◆ 김성완> 국민들 입장에서는 두 번이나 사과상자가 등장했기 때문에 일종의 사과상자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이렇게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이후부터는 정말 사과상자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그 이후에는 뭘 썼습니까?

◆ 김성완> 원래 전제군주가 죽으면 제후들끼리 권력 다툼을 한다고 하잖아요. 사과상자의 전설이 무너지니까 춘추전국시대가 시작이 됐습니다. 그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 2005년 한국마사회 비리였는데요. 안동 간고등어 상자가 등장했고 상주 곶감상자가 등장했습니다. 이때는 상자 크기가 조금 줄어들어서 한 3,000만원 정도, 2,000만원 정도가 이 상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2009년도에는 5만원권이 발행이 되면서 이때 일대의 혁신이 일어났는데요. 사과상자의 크기가 5분의 1 크기로 확 줄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대표적인 게 올해 초에 터진 모뉴엘 대출비리 사건인데요. 과자상자, 와인상자, 티슈상자까지 이때 등장을 했고 현금이 부담스러우니까 아예 기프트 카드를 담뱃갑에 넣어서 주기도 하는 이런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에 비타민 음료상자가 뇌물상자의 전설로 기록될지 아닐지는 좀 두고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성완종 리스트가 다 밝혀지면 아마 비타민 음료상자 외에도 또 다른 신종 수법이 등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참 씁쓸하네요.

◇ 박재홍> 더 이상 새로운 상자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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