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빌려주면 돈을 주겠다”는 유혹에 통장을 빌려줬다가 통장이 금융사기에 이용되면서 낭패를 본 이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입건됐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015.3.23 대포통장 임대 못 따라가는 경찰…피해 잇따라 등)“통장을 빌려준 사람도 처벌된다”는 내용으로 올해부터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 때문인데 빌려준 통장이 사기에 이용되면서 이들은 개인정보를 사기당한 피해자이자 금융사기 가해자가 됐다.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모(50) 씨 등 94명은 정모(41) 씨 등 금융사기 일당에게 속아 통장을 빌려줬다가 낭패를 봤다.
지역 교차로와 인터넷 구인,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통장을 빌려주면 월 2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광고를 믿은 게 화근이었다.
“회사 세금절감 차원에서 입출금용으로만 사용하고 불법적인 일에는 쓰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의심 없이 통장을 넘겼다.
수화물과 퀵서비스 등을 통해 통장을 손에 쥔 정 씨 일당은 하루나 이틀 정도 연락을 유지하다 돌연 연락을 끊어버렸다.
이렇게 넘어간 통장은 곧바로 검찰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됐다.
정 씨 일당에게 전화금융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김 씨 등이 넘긴 통장으로 돈을 입금했다.
“돈을 주겠다”는 유혹에 속아 넘긴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둔갑돼 범행에 이용된 것이다.
넘긴 통장이 금융사기에 이용되면서 김 씨 등은 개인정보를 사기당한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됐다.
정 씨 일당에게 속아 통장을 빌려준 이들 중에는 다수의 구직자와 어린 학생도 포함됐다.
통장을 넘겨주면서 개인정보 피해를 봤지만, 김 씨 등이 처벌을 받게 된 이유는 올해부터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통장을 빌려 주기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통장을 빌려준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아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통장을 빌려줬다가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자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처벌을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연간 약 5만 개 이상의 대포통장이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 같은 금융사기에 이용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9일 통장을 빌려준 김 씨 등 94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통장을 넘겨받아 금융사기를 벌인 장모(27) 씨 등 18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붙잡아 15명을 구속하고 중국 총책 정 씨 등 4명의 뒤를 쫓고 있다.
이들은 “개인정보 유출로 고소사건이 접수돼 안전한 계좌로 돈을 이체해야 한다”며 검찰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금융사기로 최근 5개월 동안 10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부터 개정된 금융전자거래법에 따라 통장을 빌려주기만 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통장을 넘겨준 경우 곧바로 거래 은행에 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이나 금감원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