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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한화, 올해 운명 가를지 모를 '찰나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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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LG맨들의 희비 교차' LG 봉중근(왼쪽)이 8일 한화전에서 9회말 전 동료였던 한화 권용관을 직선타 더블아웃으로 막아낸 뒤 웃음을 짓는 모습과 권용관이 아쉬워 하는 표정.(자료사진=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만루를 허용한 마무리는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9회말 공격인 홈팀은 연이틀 보이는 짜릿한 끝내기 승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안타 하나면 두 팀의 운명이 갈릴 수 있었다.

때마침 들어온 시속 120km 중반의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 타자는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날카롭게 뻗어갔다. 하지만 열광하던 홈팬들의 기쁨도 잠시. 공은 3루수의 글러브로 공은 빨려들어갔고, 베이스 터치로 황급히 몸을 날려 귀루하던 3루 주자까지 횡사.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8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LG의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경기 얘기다. 1초, 그 찰나의 순간에 두 팀의 희비가 갈렸다. LG의 3-2 짜릿한, 아니 가슴 철렁했던 역전승이었다.

이는 어쩌면 두 팀의 올 시즌 운명까지도 가를 장면일지 모른다. 단순히 1경기 이상의 파장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전 경기, 아니 시즌 전 상황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분위기 반등의 계기를 일단 LG는 마련했고, 한화는 놓치면서 시간이 더 조금 걸릴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기사회생 봉중근과 LG

LG는 전날까지 3승5패, 9위에 처져 있었다. 하지만 선두권에 있을 수도 있었다. 승리가 보였던 2경기를 날렸던 까닭이다. 죽은 자식 고추 만지기일지 모르나 그 2승만 챙겼다면 이른바 엘롯기(LG-롯데-KIA)가 나란히 상위권을 형성했을 터였다.

마무리 봉중근(35)으로부터 비롯된 위기였다. 지난달 29일 KIA와 개막 2연전 둘째날 봉중근은 6-5로 앞선 9회말 브렛 필에게 끝내기 2점 홈런을 맞고 울었다. 지난 7일 한화전에서도 연장 11회말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몰린 1사 만루에서 나이저 모건에게 끝내기 내야 안타를 맞았다.

3일 삼성전에서도 봉중근은 불안했다. 3-3으로 맞선 연장 10회 2사 만루에 등판한 봉중근은 박한이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3점을 내줬다. 물론 앞선 투수가 내준 주자들이라 봉중근의 자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팀의 마무리라면 해결을 해줬어야 할 상황. 게다가 박한이와 좌투수, 좌타자 대결이었다.

마무리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삼성은 지난해 통합 4연패를 이뤘지만 시즌 초반 일본으로 떠난 끝판대장 오승환(한신)의 대체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다행히 임창용이 미국에서 돌아와 안정을 찾아 우승에 이를 수 있었다. 2013년의 KIA도 우승을 노렸지만 마무리 불안으로 결국 8위에 그쳤다.

LG도 시즌 초반이지만 불안한 행보를 이었다. 봉중근이 8일도 끝내기 패배를 안았다면 회복할 수 없는 내상을 입을 뻔했다. 사실 봉중근은 지난해 연봉 협상 진통 끝에 스프링캠프에 5일 정도 늦게 합류했다. 부진이 이어진다면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을 상황이었다. 마무리 교체 등 팀이 한바탕 홍역을 겪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봉중근은 살아났다. 아직 최근 3년 동안 94세이브를 올린 구위를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정신적으로는 일어설 발판이 마련됐다. 봉중근으로 끝까지 밀어붙인 양상문 LG 감독은 경기 후 "봉중근이 오늘을 계기로 더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필승조 권혁 피홈런까지 뼈아픈 한화

반면 한화는 연이틀 끝내기 승리가 가져올 분위기 급상승이라는 무형의 재산을 잃었다. 7일 연장 끝내기의 여세를 몰아칠 기회가 무산됐다.

올해 한화는 이른바 '변비야구'를 끙끙 앓고 있다. 팀 타율은 5위(2할6푼1리) 중간은 가지만 득점권 타율이 9위(2할2리)에 불과하다. 신생팀 케이티(1할8푼6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나 다름없다.

팀 타율 꼴찌인 삼성(2할4푼4리)은 반대로 득점권 타율이 1위(3할3푼3리)다. 삼성(6승3패, 3위)과 한화(3승5패, 공동 8위)의 순위가 다른 이유다. 7일 연장승을 거두긴 했지만 한화는 잔루가 7개나 되며 지리한 승부를 자초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8일 연이틀 끝내기를 이뤘다면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고비에서 얻는 승리가 더 값지고 주는 기쁨이 큰 까닭이다. 최근 3년 간 바닥을 기었던 선수들이 이제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만했다.

노장 권용관(39) 역시 자신감을 더할 수 있었다. 올해 타율 2할대, 득점권 타율 1할대에 허덕이던 권용관이다. 그러나 8일 잘 맞은 타구가 잡히면서 아쉬움을 진하게 곱씹어야 했다. 8일 현재 권용관은 타율 2할2푼2리, 득점권 타율 1할4푼3리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권용관의 잘 맞은 타구가 하필이면 LG 3루수 윤진호의 글러브로 들어가면서 일이 그르쳐졌다. 이날도 한화는 3~7회까지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지만 점수를 내지 못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초반 기회를 살리지 못해 졌다"고 했다.

한화는 더욱이 필승 계투 권혁이 역전 홈런을 내주면서 아쉬움이 더 컸다. 물론 시즌 초반이지만 이날 경기의 후유증을 털어내려면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크다. 권용관의 타구가 빠졌다면 묻혔을 아쉬움들이었다. 찰나의 희비가 진하게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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